『MAI』
“당신은 누군가를 통과해, 자신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MAI』는 여행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의 내면 풍경을 통과하는 과정이다.
60일 동안 미얀마라는 낯선 공간에 머문 한 남자가
하나의 타자와, 하나의 침묵, 하나의 흔적으로 자신을 해체해 나간다.
이 소설은 서사보다는 상태, 사건보다는 감각,
관계보다는 무너짐을 선택한다.
말하지 않는 인물, 설명하지 않는 문장, 그리고 그 침묵 사이에 흐르는
미세한 욕망의 떨림들.
백승진은 여기서 '욕망'을 단지 육체의 방향성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에게 욕망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가장 정직한 언어이자,
자기 자신을 거짓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불편한 거울이다.
『MAI』는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감정을 정리해주지 않고, 정답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불친절함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진실이다.
불완전한 감정, 어긋나는 시선, 사라지는 말들.
그 틈에서만 포착 가능한 ‘인간’이라는 존재
이 소설을 덮고 나면, 당신은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은 문장 앞에 멈춰 서게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지나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