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끌려 이곳에 왔나
왜 지금 우리가 경기 분석집을?
우리는 인천 팬이다.
인천과의 인연은 각자 다르지만, 우리는 인천을 지지한다. 우리는 인천이다.
인천 축구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준다. 새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 좋지 않은 경기력과 이어지는 패배의 당혹감. 다른 팀 팬들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인한 분노. 어지간한 일은 허허 웃으며 홀로 삭힐 수 있는 인내심과 평정심.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경기 있는 주말을 기다리는 일관성. 비록 승점은 꼴찌지만 경기장만큼은 우리가 1등이라며 당당히 얘기하는 뻔뻔함. 창단 후 계속 1부에 있었고 승강 플레이오프 가 본 적도 없다는 자부심. 선수들의 처절한 몸동작을 보며 느끼는 동병상련의 유대감. 모두가 포기했을 때 마지막 힘을 쥐어짜 얻어낸 승점 1점의 소중함. 두 명 정도는 퇴장당해도 충분히 승점 따낼 수 있다는 여유. 12위에서 11위로 한 칸 올라갈 때의 희열과 고마움.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겸손함. 이따금 터지는 그 한 골로 느끼는 짜릿함. 끝이 좋으면 어지간한 건 참을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 그리고 여기저기 인천 팬들의 한탄을 들으며 그래도 나 혼자 이 고통을 당하는 건 아니라는 동지 의식과 안도감까지. 이렇게 다양한 선물을 주는 인천 축구. 우리는 인천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K리그 다른 팀 팬들이 인천 팬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팟캐스트 <히든인천>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히든인천> 기술 담당자(심재국)가 2020년도 구단 명예기자로 활동하면서 홈은 물론 원정까지 모든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무관중으로 펼쳐진 FA컵 원정 경기까지 직접 봤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도 참여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내용을 모아 개인 블로그에 경기 분석 글을 남겼다. 글을 읽으니 2020년에 펼쳐진 우리 인천의 한 경기 한 경기가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났다. 그냥 두면 글이 날아가버릴 것 같아 아까웠다.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히든인천> 멤버들이 모여 지난 시즌 모든 경기를 곱씹어보고 재구성했다. 각자 지난 경기 영상을 다시 보고 정리한 후 의견을 모았다. 설날 연휴에 집 밖에 단 한 번도 나가지 않고 글을 다시 썼다. 변호사로서 쓰는 글과 전혀 다른 성격의 글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업 자체가 즐거웠다. 이렇게 점점 살이 붙으며 일이 커졌는데, 상업성이 없기 때문에 아예 출판사를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다. 구상, 토론, 집필, 교정, 편집, 행정까지 모두 직접 처리했다. 가내수공업이었다. 무모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K리그와 인천 축구를 즐기는 일이었다. 또한 2020 시즌의 고통과 감격을 되새기는 훌륭한 기회였다. 새 시즌 개막을 기다리며 올 한 해 선전을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도 담겼다. 물론 아마추어들의 이야기이다. 같은 경기를 보고도 선수와 전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평가는 더욱 그럴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천 팬층이 계속 두터워지는 지금, 이런 책 한 권 나오면 인천 팬들 사이에서 뭔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타 팀 팬들이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인천 구단 구성원들이 뭔가 자극받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여러분 앞에 내놓는다.
우리 모두 함께 축구를, K리그를, 인천을 즐기자. 다 함께 투게더.
2021 시즌 개막을 앞둔 2월 27일
인천유나이티드 고문변호사 손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