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지까지
세 번 탈북한 소년이 성장하여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하기까지의 인생 드라마. ‘세상에 이런 일이’류에 나올 법한 극한 인생의 기록은 아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적인 체험담이 이 책에 있다. 지나온 아픔에 관한 보고가 아닌 미래를 향한 애틋하고 따뜻한 염원이 이 책의 정서이다. ‘탈북민’이라는 대한민국 소수자의 감동적인 에세이.
이 책의 제1장 “세 번에 걸친 탈북”에서는 저자의 탈북 드라마가 펼쳐진다.
열두 살에 시작해서 열일곱 살에 이르는 탈북 이야기다.
까치 걸음으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공안에 잡혀 북송된 이야기, 다시 탈북했으나 홀로 남은 아빠 생각에 되돌아온 이야기, 아빠가 잠든 사이에 엄마 손을 잡고 세 번째 탈북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베트남 정글에서 헤매다 캄보디아 감옥에 수감된 비극과 대한민국 국정원의 활약으로 극적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제2장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1년 3개월 만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를 마친 다음 인생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긴다.
‘내 자신이 아무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약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약자의 편에 서서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탈북 소년의 다 자란 모습이 이 장에 담겨 있다.
인생의 소명을 발견한 저자가 국회라는 곳에서 직장을 얻기 위해 애쓴다.
기어이 국회의원 비서가 되고 나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탈북민이라는 출신에서 비롯된 자신의 정체성을 고뇌한다.
제3장에서 이 책의 주어가 달라진다.
주어는 여전히 ‘나’이며 저자이다.
그러나 그 주어를 ‘탈북민’으로 바꿔도 좋다.
탈북민이 한국에서 처음 정착 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낯선 경험, 감정, 쓸쓸함이 제3장의 정서이다.
그런 정서가 구체적으로 체험으로 독자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정서에 머물지 않고 탈북민을 이끌고 앞으로 전진한다.
물러섬 없이 칼 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없다.
과장하면서 선동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평화가 없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보여주면서 더 나은 미래를 얘기한다. 그런 미래를 위해 적대적인 상대방을 탓하기보다는 ‘어쩌면 변하지 않는 건 우리일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성찰로써 책을 매듭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