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햇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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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나라

저자
김정희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3-09-17
등록일
2014-12-18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PC PHONE TABLET 웹뷰어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 보유 1
  • 대출 0
  • 예약 0

책소개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나고,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
만날 때마다 설렘과 여운을 동반하는 사람.
신부가 이런 사람을 하나 알고 있다면 신자들에게는 은근히 걱정거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은 저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그분 성정의 매력이기 때문입니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쏟아졌다.
해바라기가 만발한 언덕에 그들을 내려놓은 노란색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언덕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울긋불긋한 옷들을 입고 작은 가방을 허리에 찬 관광객들은 해바라기가 만발한 언덕을 보자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입을 한껏 벌리며 사진을 찍고, 연신 깔깔대었다. 스페인가이드는 한국가이드를 돌아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마치 이 장소를 고른 것이 자신인양,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세뇨르, 세뇨리따, 해바라기 밭에는 들어가지 마세요. 꽃들이 싫어해요.”
한국인가이드는 언덕을 어슬렁거리며 올라가 그들을 기다렸다.
‘이 언덕은 정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군. 아니, 해바라기 꽃을 좋아하는 걸까? 어쨌든 오늘 일과는 끝이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본사에 보고하고 좀 쉴 수 있겠구나.’
그의 뒤로 부부 두 쌍이 뒤따라왔다. 그들은 신혼여행을 온 사람들이다. 그 외에는 정년퇴직을 한 교사들이었다. 이 관광코스는 약간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의외로 젊은 사람들도 몇 있었다.
“오늘은 여기가 마지막 코스인가요?”
신혼부부 중 한 커플의 남자가 물었다. 그는 나이가 좀 들어보였는데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여자와 결혼한 것 같다. 그 어린 신부 비위를 맞추는데 남자가 진땀을 흘리는 걸 오늘만 해도 몇 번을 보았다.
“네, 오늘은 여기가 끝이에요.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쉬시면 됩니다.”
가이드는 웃었다.
그는 나이 든 남자가 어린 여자를 신부로 맞이하는 경우, 대개는 관광도 제대로 못하고 피곤해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친 남자가 조금 불쌍해보였다.
가이드는 언덕 위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그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려는 순간, 해바라기들 가운데 유독 황금빛으로 빛나는 한 송이가 그의 눈에 언뜻 보였다. 그가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그 해바라기는 사라져버렸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를, 순간 생각해내었다. 이 언덕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크고 멋진 해바라기를 발견하면 그 해에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이드는 다시 고개를 들고 해바라기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서 일제히 해바라기들이 웅성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노란색 꽃물결이 언덕을 바다처럼 굽이쳤다. 노란색 해바라기는 파도처럼 그를 향해 밀려왔다. 그러자 그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자, 이제 모이세요.”
가이드는 소리를 질렀다.
“저 언덕 아래까지 걸어가셔야 합니다. 오늘은 그 곳에서 쉽니다.”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그만 두고 한 사람씩 걷기 시작했다.
스페인가이드가 제일 먼저 내려갔다. 그는 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햇살이 언덕위의 해바라기보다 더 환하고 찬란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언덕 아래 위치한 카페에서 수잔은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좋아했다. 그들은 예전의 그녀가 알던 그 여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들은 유쾌하게 떠들고, 수잔을 보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때로 요한이 일손을 거들러 오면 요한의 큰 덩치에 놀라는 그들의 표정이 우스워서 카페에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요한은 그런 광경에는 이골이 나서 그들을 보면 오히려 더 익살스럽게 행동하곤 했다.
한국인가이드는 맨 나중에 들어왔다. 그는 익숙하게 수잔에게 뺨을 대고 인사를 했다. 수잔은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수잔의 카페에는 이제 손님이 꽉 찼다. 오늘 밤에 새로 온 손님들은 묵을 방이 없다.
이곳은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지만 순례자들이 머무는 곳은 아니었다. 순례자들은 이곳과는 조금 떨어진 북쪽 방향인 도시에서 입성 전야를 즐겼다. 작고 소박한 이 마을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주로 언덕 위의 해바라기 들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의 해바라기는 크고, 눈부신 노란색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 씨를 짠 기름도 이곳의 특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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