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한글판)
불꽃같은 사랑, 눈처럼 하얀 순수함,
암흑 같은 죽음으로 완성된 영원한 사랑
‘비극적 해피엔딩’의 시초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이 사랑받고, 가장 널리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34권으로 출간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 등 여러 예술 매체로 약 400년간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기에 그 내용에 대해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두 주인공이 보여 준 불꽃같은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지고지순한 열정 때문일 것이다. 두 주인공의 이러한 성격은 평범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협소한 일상의 경험과 평균적인 감성의 폭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남들과 비슷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두려워하고, 평범한 삶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는 것, 즉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있는 힘을 다해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자신의 몸을 던져 가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문학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극적 해피엔딩’, 즉 비극적 결말 속에 해피엔딩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분명 두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본 관객이 극장을 나오면서 대성통곡을 하거나 두 주인공을 한없이 가엾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으로써 이루었고, 원수 관계였던 두 집안이 마침내 서로 화해하는 계기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몸과 마음과 생명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다가 불타오른 한 쌍의 어린 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오.”(5막 3장)라는 영주의 마지막 대사가 암시하듯이, 이야기가 된 이들의 사랑은, 그래서 계속해서 되풀이되어 읽힐 이들의 사랑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랑의 원형으로 남는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천재성의 증거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한의 시적 은유
유독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밤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극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면서 사랑의 절정을 보여 주는 발코니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난 파티가 끝난 직후인 밤을 배경으로 한다. 줄리엣 집안의 사람들이 알면 로미오가 죽지 않고는 “무사히 빠져나가기 힘든” 곳인 정원의 발코니는 이들에겐 사랑의 장소인 동시에 언제 찾아들지 모르는 죽음이 기다리는 장소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죽음은 역설적으로 연인이 함께 나아갈 무한한 사랑의 세계와 연결된다. 어둠 속에 끝없이 펼쳐진 밤바다처럼 이들의 사랑은 무한하기에, 서로를 향한 그들의 마음은 밤과 바다에 비유되면서 죽음과 연결된다.
나는 비록 항해자는 아니지만 당신과 같은 보물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아득하게 먼 해안이라도 기꺼이 항해하겠어요.
_2막 2장 로미오의 대사
나의 사랑은 바다처럼 무한하고 깊으니, 당신께 더 드리면
드릴수록, 내가 가진 사랑이 늘어나니. 둘 다 끝이 없네요.
_2막 2장 줄리엣의 대사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시적 천재성이 드러나는 표현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극의 전개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주는 동시에, 두 주인공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그러기에 이미 “죽음으로 끝맺는 사랑 이야기”라 예고되어 있음에도, 그들의 죽음은 처연한 슬픔보다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랑이자 끝없이 지속되는 사랑으로 독자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