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릴의 여행
<결국, 내 마음속에 남게 된 모든 이들에게.>
인간에게는 두 가지 괴로움이 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슬픔과 싫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불안. 보고 싶은 마음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똑같이 어리석은 집착이라 생각해 오랜 세월 이 마음속에는 아무 사람도 남기지 않으리라 노력하며 살았다.
“아, 부질없는. 이 또한 얼마나 어리석은 시도인가?”
하지만 신을수록 낡고 닳지 않은 신발이 없듯 어느덧 내 마음속에서도 볼 수 없어 아프고 또는 싫고 미운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듯이 누구도 내게 두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이야기를 쓰고 나서 이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것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항상 후기를 남겨야 하는 글에 대해선 고민되는 순간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은 만나고 싶지만 다신 만날 수 없는, 또한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간 다가올 일을 마주해야 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끝까지 읽은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교훈을 얻고 해석을 했다면 난 너무나도 행복할 것이다. 그건 이 이야기가 잘 지어졌다는 뜻이고 작가로서 그만큼 보람되고 기쁜 것은 없다. 처음 소설을 쓰자고 결심한 순간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또한 헤어졌다. 그중에는 보고 싶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보고 싶으나 만날 수 없는 이도 솔직히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나의 탓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내가 노력하여 이젠 필요 없게 된 사람도 있다. 물론 노력한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누군가의 말처럼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참아 낸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것도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속인 세상에 대해 노여운 마음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 이 또한 지나가는 것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은 사는 동안 보고 싶은 사람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꼴도 보기 싫은 인간을 열심히 피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전에 자신이 누구이며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탐구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인생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불면의 밤을 걷어내세요. 아침이 되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열심히 만나러 가세요.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며 살아요. 그 마음에 어떤 타인이든 하나님이라 해도 동의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을 접한 분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다. ‘용기 내세요, 괜찮아요.’ 죽지 말고 여행을 가세요. 마지막으로 이제 볼 수 없는 나의 친구들,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또 이젠 만나지 않고 사는 게 서로에게 낫게 된 사람들, 결국 내 마음속에 남게 된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