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광석이 말하는 김광석
저마다의 신화에 가린 한 인간의 진실한 기록
2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67개의 육필 원고와 64곡의 미완의 노래
대중의 바로미터인 방송이나 공연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오늘도 김광석을 듣고, 노래하고, 추억한다.’ 누구나 저마다의 ‘김광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우리가 ‘신화’처럼 기억하는 김광석의 참된 목소리일까.
여기 저마다의 신화에 가린 한 인간의 진실한 기록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를 위한 많은 기념 음반과 평전이 있었지만. 실제로 김광석 본인의 글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는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여러 시간에 흩어져 남긴 일기, 수첩 메모, 편지, 노랫말 등을 모은 것으로, 저작권자인 유가족의 동의하에 그의 숨결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글의 성격에 따라 재구성한 책이다. 실제로 그가 직접 쓴 글들로 날짜가 기록된 것도 있고, 가위표가 그어진 것도 있다. 악보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의 숨결이 절절히 묻어 있는 글들을 총 3부로 나눠 갈무리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기록들은 김광석이 아직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전의 생활과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음악에 대한 꿈, 곤궁한 일상에 대한 걱정 등이 핍진하게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아버지의 기록에선 ‘신화’에 가린 한 생활인으로서 김광석은 어떠했는지 진솔하게 기억하게끔 한다. 이 파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2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김광석의 뒷모습이 때로 가슴 아리게 드러난다. 세상에 눈뜬 대학 시절, 큰형님의 죽음, 딸을 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받아내게 된 사연, [사랑했지만]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등병의 편지] 등의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 등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그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큼 화려하진 않다. 그는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행복했지만 그만큼 쉼을 갈구했다.
마지막 3부는 그런 김광석이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들을 모은 것이다. 기타를 몸의 일부처럼 여긴 싱어 송 라이터였던 만큼 그는 60곡이 넘는 미완성곡의 음표와 가사들을 악보와 노트, 메모지 할 것 없이 곳곳에 남겨놓았다. 1부와 2부의 단상들이 결국 3부의 미완성된 노래들로 수렴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그는 천생 ‘가수’였던 것이다. 아마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기록이 아닌 아름다운 노래로 듣고 있을 것이다.대한다.
저자소개
너무나도 젊은 서른 즈음에 생을 마감한 김광석은 TV없이 스타가 될 수 없었던 ''90년대를, 1,000여 회를 상회하는 콘서트만으로 음악계를 제패한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의 슬프면서도 맑은 음색에서 피어나는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3~4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바로 사라지는 한 때의 가수들과 달리 사후에도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그의 인기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낳은 ''90년대의 소중한 보석과도 같은 해답이다. 지금 이 땅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몸소 보여준 김광석의 자세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는 현악반에서 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 악보 보는 법 등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합창단에서, 대학에 들어가서는 연합 동아리 <연합메아리>에서 기타를 두들기며 업소를 오가던 그는 김민기의 록 오페라 <개똥이> 음반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의 무대와 맞닿는다. 그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등에서 활동하며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거리에서’ 등의 히트곡을 남기며 이름을 널리 알리고 한시적으로 몸담았던 동물원을 나와 자신만의 색으로 음악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그의 풋풋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1집에서 우리는 ‘기다려줘’란 노래로 그의 이름을 알게 된다. 동물원의 박기영이 키보디스트로 참여한 1집은 그렇게 대중적인 성공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그가 만든 ‘너에게’,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와 같은 곡들이 김광석이란 가수의 미래에 희망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이내 2집은 이것을 증명하는 증거물이 되었다. 그는 2집에서 한동준이 만들어 준 ‘사랑했지만’으로 긴 인기의 향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김형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와 그가 만든 ‘슬픈 노래’가 라디오를 휘어잡으며 2집의 롱런이 시작된다. 이 앨범에는 이 외에도 문대헌, 김창기, 박용준, 조규만 등의 작곡가들이 참여하여 완성도 높은 음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2집과 같이 다양한 작곡가들이 참여한 3집에서도 ‘나의 노래’를 인구에 회자시킨 김광석은 <다시 부르기>란 이름으로 앨범을 내놓는다. 이 앨범은 과거에 그가 불렀던 노래들을 리메이크의 형식을 취해 다시 발표한 앨범으로 무엇보다도 성숙해진 해석력을 보여준 음반이다. 여기서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를 세상에 알린 그는 다음해 내 놓은 4집에서 ‘일어나’,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등을 잇달아 히트시킨다. 자기 색깔을 제대로 내 보인 앨범으로, 음악적 궤도에 올라선 앨범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는 4집에는 본인의 곡이 4곡이나 들어 있고 노영심, 김창기 등이 작곡가로 참여했으며 김지하의 시에 황난주의 곡을 붙인 ‘회귀’가 수록되어 있다. 김광석은 그가 발표한 음반 중에서 중요한 앨범으로 기록되는 <다시 부르기 2>를 1995년 발표한다. 이 음반은 예전에 불렀던 곡들을 다시 부른 1집과 달리 그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포크 음악의 고전들을 위주로 실었다. 한대수의 ‘바람과 나’, 양병집이 미국의 포크 그룹 피터 폴 앤 매리(Peter, Paul & Mary)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을 리메이크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이 실린 이 음반은 신문기사로 처리한 앨범의 표지와 함께 김광석의 음악을 다시 부흥하게 했다. 하지만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형이 그랬듯 그는 우리에게 갑작스런 비보를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력한 미련으로 마지막까지 붙잡는 삶의 집착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그 이유는 우리들의 짧은 생각과 추측 속에 남겨둔 채. 하지만 그의 음악은 식을 줄 모르는 재평가와 재생산의 장을 열어 젖히고 있다. 백창우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타이틀로 한 그의 첫 번째 트리뷰트 앨범 <가객>이 1998년에 나왔고 2000년에는 박학기의 주도로 모인 가수들에 의해서 라는 트리뷰트 앨범이 발매되었다. 그전에 2000년 최다관객 기록을 수립한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부치지 않은 편지’와 ‘이등병의 편지’가 다시 인기몰이를 했고 2001년에는 그의 미발표곡과 히트곡을 체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입혀 다섯 번째라고 이름 붙인 앨범을, 함춘호, 조동익, 김형석, 박용준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사후 그 동안에만 반짝하고 빛을 발하는 것과 달리 김광석은 더 이상 신곡을 발표할 수 없음에도 주기적으로 표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노래만을 부르다가 사라진 한 고인에 대한 넋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리가 그의 작품을 제대로 기리는 것은 그와 같은 뮤지션이 다시 재창출되도록 우리의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다. 그것이 못다 핀 그의 음악세계를 더욱 잊지 않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 제공 : IZM (www.izm.co.kr)
목차
서(序)
01 ― 겨울은 봄의 어제, 봄은 겨울의 꿈 _ 혼자 부르는 노래
바람의 눈물 / 다짐 / 病 / 눈 / 겨울 생각 / 달팽이 / 마음은 늘 멀다 / 세상에 밤뿐이라도 나는 사랑을 택할 것이다 / 흐린 마음 / 제자리 / 희망의 바보 / 꿈이 꿈들에게 / 오늘 / 창밖으로 본 거리 / 門 / 오후, 싱거운 눈이 내리고 / 늙지 않는 시인 / 깃털 / 이방인 / 불면 1 / 안개 방향 / 지워진 입 / 우리는 만난 적이 없다 / 연기 / 너만 없는 밤 / 등은 홀로 빛나고 / 고도를 기다리며 / 눈썹에 새기다 / 깊이 / 불면 2 / 열병의 끝 / 익숙한 것과의 결별 / 초록 황무지 / 인생은 수영장
02 ― 악보에는 마침표가 없다 _ 거리에서 부르는 노래
다시 부르는 노래 / 오선지에 쓴 나의 이력서 1_골방에서 세상에 눈뜨다 / 오선지에 쓴 나의 이력서 2_동물원 앞 네거리 / 젊음의 특권 / 슬픈 노래 / 이 노래를 부르는 까닭 / 부초 / 빈집 / 아내에게 / 함정 / 기억의 눈 / 비상구 / 심연 / 조화 / 산다는 건 / 내가 별로인 날 / 어쩌란 말입니까 / 결혼 2주년 / 딸을 직접 받아내며 / 사랑의 꼭짓점 / 인간 풍경 / 나는 천천히 흐를 것이다 / 마음이 허전한 날 / 해의 방향으로 달리다 / 틈 / 사랑이라 쓰면서 / 한 해를 보내고 / 여행 일기_뉴욕에선 누구나 혼자가 된다 / 문화의 저력 / 서른둘의 나의 현실 / 마흔이 되면 / 와인 잔을 깨고 튀어 오르는 붕어 / 그대, 함께 가자
03 ― 꽃이 지네 눈물같이 _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
부르지 못한 다섯 번째 노래들 / 사랑하기 위하여 / 무제 1 / 무제 2 / 밤길을 걸으면 / 무제 3 / 무제 4 / 무제 5 / 마음을 모두 비워도 보이는 건 / 무제 6 / 지금은 / 무제 7 / 날 사랑했다면 / 무제 8 / 흐린 가을 / 무제 10 / 무제 11 / 내 꿈 / 사랑일기 / 마음의 이야기 / 무제 12 / 무제 13 / FM은 내 친구 / 밤이 내리면 / 무제 14 / 나무 / 비의 향기 / 무제 15 / 무제 16 / 무제 17 / 무제 18 / 무제 19 / 무제 20 / 무제 21 / 무제 22 / 무제 23 / 사랑은 / 비오는 거리 / 작은 등 / 어느 노을 진 강가에 / 무제 24 / 저 먼 곳에는 / 무제 25 / 무제 26 / 무제 27 / 무제 28 / 실 / 무제 29 / 무제 30 / 무제 31 / 사랑해요 / 너 / 무제 32 / 드라이플라워 / 모두가 / 무제 33 / 한때는 나도 / 하늘만 쳐다보며
에필로그
부록 ― 다시 부르는 김광석
광석이네 카페 / 하얀 크리스마스 / 마음속의 무지개 / 비오는 거리 / 신속배달 / 다시 돌아온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