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등단 이후, 작가들의 두 번째 작품과 삶에 대하여 『두 번째 원고』는 2022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그 해 우리를 설레게 한 다섯 저자의 ‘두 번째 원고’를 엮었다. 매년 신춘문예를 통해서만 스무 명이 넘는 소설가가 탄생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다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원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그다음을 마련해주고 싶은 출판사와 오늘의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담았다. 2022년을 가장 예민하게 감각한 작품으로 등단 후, 한 해를 보낸 저자들의 두 번째 원고에는 몇 가지 주제어들이 눈에 띈다. ‘미신, 규칙, 체제, 노년, 시간의 흐름’. 같은 시기에 청탁을 받아, 출간까지 서로의 작품을 읽어본 적 없는 작가들의 소설은 앞서 말한 주제어들로 조금씩 연결되어 흘러간다. 각 작품 뒤에는 등단 1년 차가 된 작가들의 생활과 작품 후기를 담은 에세이를 더했다. 다섯 작가가 포착한 한 해의 흐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더불어 책 마지막에는, 앞서 그 길을 걸어간 손보미 소설가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작가가 말하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이 저자들에게는 조용한 응원으로,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선물로 다가가길 바라본다. 그 전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내 삶의 일부였다. 그건 소설이, 소설을 쓰는 행위가 언제나 나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것에 실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아무리 실망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소설 쓰는 행위를, 내 삶에서 그저 떨구어낼 수 없을 것이다. _손보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