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문학 사상 가장 파격적인 거장 무라카미 류가 선사하는 강력한 반전, 전율과 공포!
7년 전 아내가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난 중년 남자 아오야마 시게히루. 느닷없는 아내의 죽음으로 우울증 직전까지 갔던 그에게 아들은 재혼을 권유하나 마땅한 여성이 없다. 이에 친구 요시가와는 상상 외의 이벤트를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오디션’. 영화 제작에 필요한 오디션을 개최하고 여기에 응모한 여자들 중에서 재혼 상대를 고르자는 것이다. 4천 명이나 되는 응모자 가운데 아오야먀의 눈에 띈 것은 야마자키 아사미. 몇 번의 데이트가 있은 후 두 사람은 여행을 떠나고, 다음 날 홀로 잠에서 깬 야마사키는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되는데…….
무라카미 류의 매니아든 아니든, 이 책을 처음 접한 독자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류의 매니아라면 “아니, 류가 왠 일이지? 그동안 철들었나?”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고, 류의 책 중 처음으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어? 소문과는 다르네” 혹은 “중년 남자의 괴상한 러브스토리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3/4 정도를 넘기기까지 류 특유의 SM이니, 마약이니, 섹스니, 폭력이니 하는 것들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독자들은 “역시, 류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소설 전편에 깊게 자리잡고 있던 팽팽한 긴장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류의 작품에서 표면에 드러나는 폭력과 성에 눈을 찌푸린다면 류의 진정한 작품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보다는 인간심리나 사회의 병리현상을 누구보다 먼저 짚어낼 줄 아는 작가의 자세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 틀에 박힌 관념과 사상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코드로 글을 쓰는 무라카미 류. 그는 이러한 방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정작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토록 수많은 사람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저자소개
195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나가사키현은 태평양 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가 속해 있는 곳이며, 사세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7함대(태평양 함대)의 주요 기항지인 곳이다. 양친이 모두 교사인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세보가 미국 길거리문화 일본 유입 1번지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색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학교 졸업 때는『소학교 회상기』라는 기묘한 작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히피문화가 불어치던 당시에 고교시절을 보낸다. 입학하자마자 럭비부에 가입했으나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퇴. 록밴드를 결성하여 드럼을 연주하고, 8밀리 단편영화를 만드는 등 범상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이 일본에 미친 후인 1969년에는,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 농성의 영향을 받아 학교 옥상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데모 농성을 하는 ‘기행’을 주도한다. 그는 이 일로 무기정학을 당했는데, 『69 Sixty Nine』은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필한 작품이다. 2005년 한국에서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3수 끝에 도쿄에 위치한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한다. 재학 중이었던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신인상 및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1976년 당시 국내 출판사 두세 곳에서 출간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당했던 사건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대중문학을 이끄는 Two 무라카미로 불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 온 무라카미 류는 작품과 인생, 양면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실상을 통렬하게 지적해왔으며, 그 방편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룹섹스, 원조교제, 동성애, 폭력, 마약 등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현실을 추수하여 자극적인 주제만을 다루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단계의 태아 상태의 ‘현실’을 포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다룸으로서 새로운 현실의 도래를 예언해 온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은 매우 정확했다.
무라카미 류는 가상의 미래사회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간간히 내놓았는데,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타락한 세상을 파괴한다는 『코인로커 베이비즈』, 휴거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는 『바이러스 전쟁』, 미국ㆍ소련ㆍ중국ㆍ영국에 의해 4개로 분할되어 지배되는 가상의 일본을 그린 『오분 후의 세계』 등이 그것이다. 『반도에서 나가라』도 이러한 가상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69』, 『토파즈』, 『5분 후의 세계』, 『인더미소수프』, 『교코』, 『자살보다 SEX』, 『공생충』 등이 있다. NHK 라디오 진행, 일본판 플레이보이지 기고, 마이니치 TV 토크쇼 진행, 축구 해설가, 세계 미식가협회 회원, 사진작가 등 문화 전방위에서 활동해 왔으며 쿠바 음악을 전파한 공로로 쿠바정부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이 아직 한국보다 불비한 상황에서 전자메일 매거진의 편집장을 현재 역임중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이 국내에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모습들이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나타났거나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995년 첫 한국 데뷔 이래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 및 저작물은 국내 실정보다 앞서가는 바람에 절판되었다가 재출간된 경우까지 포함해 현재 69종에 이른다. 또한 그는 2010년 11월 작가로써 스스로 전자책 회사를 설립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저자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책의 형태로 책을 내는 출판의 새로운 형태를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라카미 류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직접 차린 이 회사 G2010은 일본 전자책 환경에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