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와 별
<자작나무와 별>은 핀란드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위대한 작가 겸 교육자 자카리 토펠리우스(Zacharias Topelius)가 지은 동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93년에 발행된 『어린이를 위한 독서』 (Lasning for barn) 모음집에 처음 등장했다.
수백 년 전, 전쟁으로 많은 핀란드인들은 고향을 떠나 뿔뿔이 이웃 나라로 흩어진다. <자작나무와 별>에 나오는 어린 오누이 역시 이런 상황에서 먼 나라로 납치되어 자라게 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이들은 고향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억누르지 못한다. 오누이가 집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오직 정원에서 큰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아침에는 그 가지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저녁이 되면 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별들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기억만을 유일한 단서로,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길을 떠난다.
오누이는 신비한 두 마리 작은 새의 안내를 받으며, 무려 1년이나 걸려서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집을 찾는 여행을 계속한다. 마침내 어느 날 저녁, 남매는 큰 자작 나무 가지 사이에 반짝이는 별이 있는 한 오두막집을 찾게 되는데...과연 남매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 집과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토펠리우스의 다른 많은 동화와 마찬가지로 <자작나무와 별>도 조국과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과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아름답고 정갈한 언어로 잘 드러내는 빼어난 작품이다. 한편 토펠리우스가 최초로 이 작품을 발표할 당시의 핀란드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점령당한 상태였다. 그래서 핀란드어가 아직 문학어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라, 토펠리우스는 이 동화를 스웨덴어로 써야했다. (발간 당시 제목은 스웨덴어 “Bjorken och stjarnan”, 핀란드어로는 Koivu ja tahti.)
함께 수록된 <얼음의 거인>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 중 하나인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마지막 얼음의 거인 이야기다. 아득한 오래전, 신들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천둥과 망치의 신 토르가 묠니르라는 망치로 얼음의 거인들과 큰 싸움을 벌인다. 거인들은 무척 강했지만, 무적의 토르의 망치는 당할 도리가 없었다. 마침내 얼음의 거인들은 모두 죽는다.
하지만 북쪽 바다 빙산에 숨어 있던 딱 한 거인만은 살아남는다. 이 살아남은 거인은 백여 년마다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여행한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겨울날, 빙산 속에서 내내 잠자던 이 얼음의 거인이 드디어 잠에서 깬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남은 난쟁이인 까만 꼬마와 함께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성큼성큼 걸으며 세상을 구경한다.
체구는 거대하지만 지혜는 부족하고, 뻐기기는 좋아해도 마음씨는 착한 이 얼음의 거인은 잠들었던 지난 백년 사이에 발전한 인간 세상의 변화에 놀라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썰매를 타며 놀던 마테 프링크라는 인간 꼬마와 만나게 된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마테는 얼음의 거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인과의 내기에 재치와 용기로 맞선다. 거인은 그런 마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서로의 생사를 건 내기에 나선 마지막 얼음의 거인과 마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자작나무와 별>에 실린 동화들을 통해 독자들은 여전히 얼음과 눈, 오로라의 땅으로 불리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북유럽을 배경으로 토펠리우스 특유의 명징한 예지와 감성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