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나에게 배당되는 것은 ‘사건’이지만 내가 마주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기울어진 법의 저울을 바로잡는 국선변호인의 삶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좋은 삶이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_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추천글국선변호인이 사건 너머 마주한 사람 혹은 삶, 결국 세상 이야기 “변호사님, 딸이 분홍색 가방을 받아서 기뻐했다고 서신이 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구속된 피고인을 대신해 그 딸의 입학 선물로 가방을 고르며 딸이 있는 엄마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변호사. “김성권 씨, 저는 오늘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금주 소식을 피고인에게 매일같이 편지로 써 보내며 피고인이 술에 의지하는 삶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변호사. “자, 냄비를 들고 식당 주인에게 휘두른 게 맞으면 1번, 아니면 2번. 손가락으로 표현해 보세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꾹 닫은 피고인을 위해 노트에 질문과 객관식 답을 접어 그의 눈앞에 펼쳐 들고 손으로 말해보라고 설득하는 변호사. 모두 이 책의 저자이자 변호사로 18년, 그중 국선전담변호사로 8년째 일하고 있는 필명 몬스테라 변호사다. 국선변호인이란 ‘빈곤 등의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형사 피고인을 위하여 법원이 선임하여 붙이는 변호인’이다. 그리고 ‘국선전담변호사’는 오로지 국선 사건만 담당하는 변호사로, 소속된 법원과 재판부가 정해져 있고 매달 일정한 개수의 사건을 배당받는다. 그리하여 달의 시작, 저자의 책상 위로 늘 두둑한 사건 기록지가 배달된다. 그 묵직한 서류 더미를 살피는 저자는 어느새 자신 앞에 당도하게 될 피고인들의 형상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내 자신 앞에 마주 앉은 피고인과 그의 사건 기록을 한데 그러쥐며 눈앞으로 다가오는 한 생을 목도한다. 사건 너머 사람이 보이는 순간이다.그 사람들에는 적정한 비율로 후안무치한 사람, 애처로운 사람, 흉악한 사람, 억울한 사람, 이상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게 확실한 이 피고인들에 대해 저자는 죄의 경중이나 상대를 가리지 않고 기꺼이 두 팔 벌려 맞이한다. 그리하여 어떤 때는 부둥켜안은 채로 함께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들이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도록 해진 신발 끈을 단단히 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등을 토닥인다. 이 책은 수많은 피고인과 함께했던 국선변호인이 겪어온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세상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세상이기도, 먹먹함에 눈물짓는 세상이기도, 더없는 무력감에 절망하는 세상이기도, 그럼에도 순간의 웃음과 일말의 희망으로 웃음짓는 세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