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뛴다 2권
살인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지원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남장을 하고 벙어리 흉내를 내며 살아가고 있다. 지원이 청소용역으로 일하고 있는 서라벌호텔의 상무인 민혁은 지원을 남자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그녀에게 끌리게 된다. 자신이 지원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면서도 그는 지원만 보면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어쩌지 못한다.
- 본문 중에서 -
오후가 되자 지원은 스위트룸 욕실청소를 시작했다. 세제를 풀어 바닥 타일과 변기, 세면대 등을 닦고 소독했다. 물기 어려 있는 곳은 마른 수건으로 물기 한 점 없이 닦아댔다. 일에 몰두해 있느라 그녀는 아까부터 민혁이 객실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좁고 여린 어깨, 갸냘픈 등, 그리고 완만하게 곡선을 이루는 허리선을 그는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마른 수건으로 세면대 위를 닦고 있던 지원은 문득 거울에 비친 민혁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황한 지원이 청소도구함을 들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민혁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의 눈빛을 본 지원은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았다. 겁에 질린 지원은 그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 다람쥐처럼 그의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지원의 탈출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민혁에게 팔을 붙잡힌 지원은 강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민혁이 침대 위로 쓰러진 지원을 표범처럼 날쌔게 덮쳤다. 지원이 스프링처럼 몸을 다시 일으켰으나 민혁의 단단하고 거대한 상체가 지원의 몸 위로 겹쳐졌다. 지원은 울상이 된 채로 민혁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몸부림쳤다.
“그래봤자...... 날 더 흥분시킬 뿐이야….”
민혁은 지원을 여유롭게 결박한 채 손가락으로 지원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는 한동안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지원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자식은 남자인데… 뭐지? 이 기분은....... 이제 슬슬 미쳐가는 건가?’
민혁이 마침내 굳은 표정으로 지원을 놓아주었다. 용수철처럼 튕겨져 일어난 지원은 도망치듯 서둘러 달아나 버렸다. 여전히 침대 주위에서는 지원에게서 나던 비누향이 감돌고 있었다. 민혁은 한 손을 들어올려 가슴에 올리며 중얼거렸다.
“미치겠네...... 진짜 심각한데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