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시선 1권
수재들만 모인다는 한국대 컴퓨터공학과. 복학생 현재는 같은 과 후배인 자영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뛰어난 두뇌와 굉장한 집중력을 가진 그녀는 수재들만 모인 학교에서도 동기들과 선배들로부터도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현재는 남자에게는 관심도 없고 다른 여자들이 열광하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자영을 흔들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본문 중에서 -
“혹시 저한테 관심 있으세요?”
자영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현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다행이구요.”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현재는 자영을 내려다봤다.
“저, 남자한테 관심 없어요. 그리고 상대가 선배라면 더더욱.”
특히 나라면? 여태까지 ‘너라서 싫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현재였다.
“내가 왜 그렇게 싫어?”
“저는 자기가 인기 많다는 걸 즐기는 남자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 혹시라도 저한테 관심이 있으시면 이제 접어주세요.”
차분하게 말하며 현재를 바라보는 자영의 눈빛은 진지했다.
“걱정 마. 나도 너 같이 목석같은 여자한테는 별 관심 없으니까.”
“다행이네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망연히 서있던 현재는 자영이 펜션 안으로 들어가자 벤치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영의 말에 바짝 약이 올라서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낭패였다.
자영이 호락호락넘어올 여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칼에 쳐낼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처음에는 분명 호기심이었다. 아니, 호기심인 줄로만 알았다. 원래의 계획대로 고백을 한 것도 아닌데 어쩐지 그는 자영에게 보기 좋게 차인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최현재. 어차피 넌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밀려오는 이 답답한 기분은 뭘까. 마치 자영이 자신의 속을 훤히 꿰뚫고서 고백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라도 한 느낌이었다. 혹시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현재는 자영에게 짐짓 쿨한 척 허세를 부렸던 자신의 모습이 괜스레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