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직전의 우리
우리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아니,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김나정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소설락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멸종 직전의 우리』는 한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갈등과 복수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주변 사람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악인과 선인의 경계를 여지없이 흔들고 있는 이 소설은 죽음, 복수, 화해, 용서, 책임, 상처가 서로 맞물려 순환하면서 증오와 분노, 폭력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죽었다. 죽은 아이의 이름은 이나림. 나림이의 엄마, 아빠, 친구, 친구의 엄마까지, 여기, 유력한 용의자 5명이 있다. 그리고 용의자 안에는 나림이도 포함된다.
복수의 화신이 된 엄마 권희자, 삶을 포기해버린 아빠 이세황, 살인자가 된 후 윤수인으로 개명한 김선주, 살인자를 낳은 죄인이 되어버린 선주의 엄마. 그리고 바로 당사자인 이나림의 독백과 여섯 살 난 선주의 아들, 조안도의 이야기가 숨은그림찾기 하듯 재구성되는 소설의 형식은 개개인의 심층을 해부하듯 또는 조감하듯 들여다본다. 그리고 다시 조안도라는 이름의 한 남자 아이가 있다.
나림이가 떠난 뒤 죄의 순환 고리는 안도라는 아이에게로 되돌아온다. 권희자가 선주의 아들 조안도를 유괴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십 년 전에 시작된 충격적인 사건, 그 앞에 얽히고설킨 여섯 명의 끈질긴 인연. 자식을 지키려는 여자와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남의 아이를 유괴하는 여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여섯 명의 다중 시점을 통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과연, 안도에게서, 피의 역사가 종지부를 맺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