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의 그림자
과연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까? 11년간 소꿉친구 윤후를 짝사랑하던 여자, 서영. 혹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걱정하며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지키던 그녀. 하지만 자신을 좋은 친구로만 생각하는 윤후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없었다. 고백을 하는 순간 그동안 지켜 온 우정마저 무너져 버릴까 봐 그것이 겁나고 두려웠다.
“나한테 시집올래?”
“푸웃!”
예상치도 못했던 윤후의 발언에 놀라 막 서영이 입으로 넣었던 김치찌개 국물이 그의 얼굴로 튀어나갔다. 분명 장난으로 내뱉은 말임을 알면서도, 서영은 떨리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한 윤후는 티슈를 뽑아 얼굴에 튄 찌개국물을 닦아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시집오는 게 그렇게 싫으냐? 싫으면 말로 하면 될 걸 더럽게시리. 그러니까 네가 남자가 없는 거야.”
“뭐? 내가 남자 없는데 네가 보태 준 거 있어? 11년이 넘도록 남자 한 명 소개시켜 준 적도 없는 자식이 말이야. 자기 연애하는 것만 바쁘지 네가 언제 내 연애에 신경이나 써봤어?”
“오호라~. 연애가 하고 싶긴 한가보지?”
“그래! 하고 싶다. 미치도록 하고 싶다. 왜? 지은이 말대로 이제부터라도 이 남자 저 남자 다 소개받고 괜찮은 남자 하나 잡아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갈 거다!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까지 연애도 못 해보고 이러고 있는데…….”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이제 연애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