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령 2권 (완결)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했다. 사람과 영(靈) 사이에 믿음이 생기기 어렵거늘 한번 생긴 믿음은 배신으로 다가왔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변해버린 산과 사라진 마을, 그리고 안식처인 무당나무까지.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서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사람이 되기를 소망했던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짓이니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무당나무가 있던 유일한 안식처일 뿐이다.
하지만 무당나무가 있던 자리엔 이미 사람이 살고 있었고 터를 잡은 사내를 쫓아내려는데 보통내기가 아니다. 색귀에 처녀 귀신 취급하더니 급기야 처녀 귀신의 한을 풀어주겠단다.
“하! 성욕이라는 게 사람이나 귀신이나 별 차이가 없나.”
“뭐, 뭐라!”
“그런데 어쩌나? 귀신과 처녀는 딱히 땅기질 않는데.”
“저, 저, 저!”
“처녀 귀신도 처녀는 처녀지?”
“지금 잡귀도 그냥 잡귀가 아닌 색귀 취급하는 것인가?”
***
저자 : 유라휘
판타지를 사랑하며 다른 삶을 글로써 살아가는 몽상가.
생각비우기가 가장 쉽다고 여기며 단순하고 철없는 여자입니다.
복잡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글을 추구합니다.
* 출간작
『짐승의 먹잇감』
『혼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