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
전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정신과 의사의 특별한 행복론
2002년 프랑스 파리의 서점가에서는 독특한 책 한 권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가 행복의 참된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소설로,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처럼 파리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였다. 그는 정신 분석과 심리학에 대한 딱딱한 이론서에서 탈피, 현대인의 복잡하고도 우울한 마음의 원인을 논리적이고도 쉽게 진단하는 책들을 펴내며 이미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고 있던 프랑수아 를로르였다. 늘 불안한 심리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심리학적 설명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의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결과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수많은 프랑스 독자들이 를로르의 소설에 매료당했고,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 1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각 나라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물질적인 풍요에서 정신적인 만족이 행복의 일반적인 기준이 되어가는 시대에 〈꾸뻬 씨의 행복 여행(원제:Le voyage d'Hector)〉은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의 핵심을 짚어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불행한 이유를 돌아보기 이전에 행복의 가능성을 생각하라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돌아보지 못하고, 언제나 다른 곳을 꿈꾸거나 성공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구 한편에서는 전쟁과 테러, 가난과 범죄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욱 행복해지고 잘살 수 있는 방법, 예를 들면 웰빙 스타일 같은 성공적인 삶의 형식에만 골몰해 있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인간의 삶에서 성장과 진보를 향한 욕망은 중요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와 주위 환경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없이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꾸뻬의 여행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결국 행복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화해가 이루어질 때, 그리고 세계와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 노력할 때, 행복의 순간은 다가온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답게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논리적이고 명료한 화법으로 분석하는 문장,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소재, 삶의 본질을 꿰뚫는 명쾌한 메시지들은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확실한 대답을 미루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도록 권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성공한 젊은 정신과 의사, 진료실 문을 닫고 떠나다
꾸뻬라는 이름의 한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그는 파리 중심가 한복판에 진료실을 갖고 있었고,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쓰고 다니는 원형의 작은 안경은 그를 매우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했으며, 무엇인가에 심사숙고할 때마다 습관처럼 만지작거리는 짧은 콧수염은 은근한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세상 어느 곳보다 풍요로우면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이 도시에서 그는 의사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으며,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애인도 있었다. 그의 진료실은 언제나 상담을 원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친절하면서도 자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찾는 여자,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주장하는 남자, 사랑의 상처를 입어 더 이상 미래를 내다볼 수 없게 된 점성가……. 어느 날 꾸뻬 씨는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꾸뻬 씨는 진료실 문을 닫고 전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환자들을 치료할 행복의 비밀을 찾아서.
여행이란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행복해지기 위한 것
여행의 깨달음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다.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서 존재하고 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낯선 곳에서 새로이 발견하고자 할 때 여행은 더욱 값진 것이 된다. 꾸뻬 역시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다양한 사건들과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활력과 깨달음을 얻는다. 때로는 정신과 의사답게 치밀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을 발휘하고, 때로는 그만의 어눌하면서도 순진한 캐릭터로 인간의 다중적인 심리를 단순하게 파고들어가면서 행복의 비밀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그의 수첩엔 행복의 비밀들이 하나둘씩 기록된다.
▶홍콩이라 짐작되는 중국의 어느 도시
첫번째 여행지인 중국은 꾸뻬가 제일 기대했던 곳. 신비로운 동양적 색채와 감성을 기대했던 꾸뻬는 서양의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중국의 현대적인 첫인상에 조금 실망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잉리라는 중국 여성을 만난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연약한 여성 잉리로 인해 주인공은 전에 없이 불안한 심리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늘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점검해주어야 했던 그에게 잉리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고통과 슬픔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버린 고연봉자들과, 가난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여인들을 만나면서 행복에 대한 관점의 중요성을 느낀다. 특히 “첫번째 실수는 행복을 삶의 목표라고 믿는 데 있다”고 한 노승의 말은 행복을 찾는 여행에 큰 실마리를 제공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아프리카는 독재와 가난, 잦은 범죄 등으로 몸살을 않으며 그 어느 곳보다 예측 불허의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었지만 오히려 이곳 사람들은 행복에 대한 자기만의 길을 좀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기가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의사 장 미셸, 정당하지 않지만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마약상 알프레도, 부인 몰래 외도를 하는 것이 일상의 행복인 호텔의 웨이터, 언제나 환하게 웃는 아이들 등 물질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꾸뻬는 행복의 좀더 구체적이고도 사적인 비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노상강도에게 납치를 당하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경험을 통해서 살아 있음 그 자체를 완전히 느끼는 실존감의 전율을 맛본다.
▶미국이라 짐작되는, 세상에서 모든 것이 가장 풍족한 나라
이곳은 프랑스보다도 정신과 의사가 많으며, 거의 모든 것이 세상에서 가장 많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세상을 선도하며 움직이는 나라였기에 꾸뻬는 이곳에 가면 행복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한 이곳에는 꾸뻬의 친구인 아녜스 부부와 행복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던칸 박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곳의 풍요로워 보이는 삶의 이면은 가족과의 불화, 질투와 경쟁, 타인에 대한 무관심, 젊은이들의 정체성 혼란으로 가득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편안한 미소, 한 마리 다람쥐의 모습에서 꾸뻬는 행복의 진실을 발견한다.
▶세계로 이동하는 비행기, 그리고 다시 중국과 파리로
꾸뻬가 행복을 발견하는 방식은 매우 사소한 부분의 관찰에서 시작한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 호텔 바의 웨이터, 경호원, 술집 여자, 지나는 행인들의 얼굴 등 꾸뻬는 매순간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지금 이 순간 그들을 지배하는 삶의 의미를 읽어내고자 노력한다. 꾸뻬가 자신의 수첩에 그때그때의 배움들을 기록하면서 깨달은 가장 커다란 행복의 비밀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다.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서 삶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버티는 것은 어리석은 삶이라는 것이다.
꾸뻬는 자기 불안의 요소를 제공했던 잉리, 그리고 여행의 최종적인 깨달음을 미리 예측했던 노승이 있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 여행을 마무리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꾸뻬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행복의 길을 발견하는 법을 배우거나, 혹은 그들이 목표로 했던 행복의 지점을 통과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파리의 꾸뻬 진료실은 여전히 그를 찾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어판에만 실린 두 가지 선물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단순한 번역서의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섬세한 편집 과정을 거쳤다. 원서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파리의 정신과 의사 꾸뻬 씨의 여행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돕기 위해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베아트리체 리에게 유럽적이면서도 밝고 모던한 느낌의 일러스트를 부탁해 실었다. 그리고 아직 한국의 독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프랑수아 를로르에게 번역서 중 최초로 저자의 직접 서문을 부탁했고, 그는 친절하고도 정중하게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으로 서문을 써주었다. 그리고 다음번 꾸뻬의 한국 여행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