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뿐이다
가해자 VS 피해자, ‘적’과 함께 보낸 긴박하고도 특별한 하루
토저는 힘세고 덩치 큰 학급의 약탈자. 그의 타깃이 된 대니는 ‘괴짜 천재’라는 이미지 때문에 줄곧 외톨이로 지냈던 소년이다. 우연히 참가한 여름방학 캠프에서 같은 팀이 된 그들. 설상가상으로 깊은 동굴 아래에 단 둘만 갇히는 사고가 일어나고, 폭우까지 쏟아져 물이 차오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데….
카네기메달, 랭커셔 어워드가 주목한 특별 화제작. 작가 마이클 콜먼은 ‘학교 안에서 강자와 약자였던 두 사람이 학교를 벗어나 전혀 다른 장소에 둘만 남게 된다면, 게다가 함께해야만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이 흥미로운 소설을 완성했다. 어쩔 수 없이 타깃이 된 소년과 그 상황을 주도하던 소년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적’이 ‘우리’가 되는 시간
다른 아이를 괴롭히면서도 외톨이가 되는 게 가장 두려웠던 불만투성이 소년 토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혹시 내게 진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고 고민하던 또 다른 소년 대니. 그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마주쳤다.
출구는 막혔고, 물은 무섭게 차오른다. 소리를 질러 봐도 누군가가 구출하러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다 죽게 될 거라고 울부짖으며 포기하려는 찰라, 우연히 내뱉은 대니의 한마디가 상황의 흐름을 바꾸어놓는다.
“그동안 왜 나를 괴롭힌 거야?”
그 순간 토저는 자신이 지금까지 ‘그 이유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학교에서라면 묵살했을 그 질문을 처음으로 직시하고, ‘이유 같은 거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만약 이유가 있다면 그건 네 좋은 머리가 부러워서였을 거라고’ 인정할 만큼 솔직해진다.
결국 그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둘 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자기의심과 불안함,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학급의 진짜 괴짜일지 모르는 서로의 손을 잡고 어두컴컴한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동굴 아래로 떨어졌을 땐 ‘적’이었지만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그들은 마침내 ‘우리’가 된다.
“넌 아무 문제없어. 그것을 잊지 마”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세상은 똑같고 학교는 여전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고 되뇔 만큼 성장했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불안하고 때로는 냉혹하지만 그들은 이미 그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 ’우리 둘뿐인 세상‘은 영원할 수 없지만, 그 시간을 통해 배운 ’너와 나는 동등하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는 교훈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