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잡 줄게 새잡 다오
“좋은 일?”
“돈 많이 주고 조금만 일하면 좋은 일 아니야?”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좋은 일’을 원하지만 ‘좋은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일’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을 따라 살다보면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진짜 ‘좋은 일’이 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일하지만 대한민국의 일자리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청년 실업,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문제가 심해지고 일자리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무기계약직, 저성과자 일반해고, 포괄임금제 같은 사용자 중심의 제도는 그나마 있던 일자리의 질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좋은 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대기업 정규직’은 고용율이 전체의 4%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노동현실 속에서 개인은 언제까지나 무기력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일하는 개인 스스로 ‘좋은 일’을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좋은 일’의 구체적인 상(象)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성장시대, 내리막세상에 걸맞는 ‘좋은 일’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일’의 기준을 크게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존중, 일과 삶의 균형, 재미의 여섯 가지로 세분화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의 ‘좋은 일’을 제시한다.
이 책은 희망제작소가 설립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의 연재글을 다듬어 엮은 것으로 ‘좋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희망제작소 블로그와 네이버 해피로그를 통해 소개된 연재글은 총 PV수 70만을 기록하면서 우리 사회의 좋은 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줬다. 또한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1만 5천명이 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 연구의 구체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정규직’만 좇는 낡고 왜곡된 헌잡(job) 대신
진짜로 원하는 새로운 잡(job)의 기준을 찾아서
책은 본격적으로 ‘좋은 일’의 새로운 기준을 찾기에 앞서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낡고 왜곡된 통념부터 꼬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정규직’은 법률 용어가 아니며 ‘정규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은 이제 더 이상 ‘좋은 일’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률은 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저자는 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야만 행복하게 일할 수 사회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일을 선택할 때 얼마나 오래 일하고 싶은지(노동시간), 최소 얼마를 벌어야 생활이 가능한지(임금), 조직문화는 어때야 하는지(존중, 재미) 등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기준에 따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좋은 일’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은 우리 사회 ‘좋은 일’의 상향평준화를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저마다 다른 ‘좋은 일’의 기준,
그럼에도 ‘좋은 일’은 많아져야 한다
책은 뒤이어 좋은 일의 기준에 따른 새로운 삶과 일하기 방식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 4일만 일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 시민단체, 월 50만 원 이하 생활비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 위계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여성친화 기업, 일에서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청소노동자 사례, ‘재미’만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회사 등등 실재하는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는 최우선의 ‘좋은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단순히 ‘좋은 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이 더 많아지기 위한 회사와 정부의 노력도 함께 강조한다. 퇴근 후 최소 휴식시간을 법으로 정한다거나 직장 내 차별을 줄이기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화하는 것 등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방안들을 제시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지금 하고 있는 일 혹은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스러운 사람들은 물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위해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만의 ‘좋은 일’ 기준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