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술래
[18년 전의 그 소녀가 그 남자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때 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사는 일보다 죽음이 더 편안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럴듯하게 죽기 위해서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우울한 유년기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까요. 나는 너무 커버린 후에는 몸이 아프다고 날 붙들고 우는 동생에게서도 죽음을 느꼈고 너무 지쳐서 텅 빈 눈동자조차 내게로 향하지 않는 내 엄마한테도 그랬어요. 어쩌면 아버지가 쓸쓸하게 돌아가시던 그 날 같이 죽어 버린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가 와서 하늘이 어두워진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내 앞에 난 길을 보았어요. 내 앞에는 영영 길이 끊겼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희미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