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얼룩
글을 잉태하는 일은 캄캄한 밤에 등정을 하는 것과 같다. 내 몸에 언어의 길을 내고 닦는 일은 고통을 동반한 기쁨이었다.
문학 판에서 홀로서기는 담쟁이가 벽을 기어오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나무가 날지 않아도 하늘의 일을 아는 것은 제 안에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내 속에도 있는 날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난 적이 없고 운도 따라 주지 않았다. 삶에는 은총만 따르지 않는다는 걸 높은 곳에 계신 분은 혹독한 방법으로 알려 주었다. 상처는 또 다른 이름의 꽃이라 하지 않던가. 다행스럽게도 옹이 속에 생살이 차올랐다. ‘고까짓 것’ 하는 깡이었다.
판에 뛰어들었으니 놀아보기로 했다. 넘어진 기억은 쓰레기통에 넣었다. 영혼에 빨간약이 필요할 때마다 각혈을 했다. 처방전 하나하나가 글이 되었다.
아마도 내 몸속엔 인디언의 유전이 흐르는지도 모른다. 내 조상의 뿌리를 찾아 가는 긴 여행 속에서 어혈의 자리를 발견했다. 바로 카르마다. 난 그 자리에 한 송이 꽃을 꽂고 나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늘 꿈을 꾸었다. 좌절하지 않을 꿈을, 절망을 딛고 일어설 꿈을,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을 꿈을, 결국 꿈은 알을 낳게 했다.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Dum Spiro Spero(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
마지막으로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한 내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게도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