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
아름다운 삶이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그 앎이 고스란히 일상으로 베어 나오는 삶이다.
이는 정신이 먼저 초록으로 깊어지고 나서 이내 행동이 단풍처럼 붉게 타오르는 삶이며,
철저히 혼자이면서 이웃과 조화를 이루는 홀로,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삶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기가 밤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시대에 흔히 말하는 ‘신의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둔 것은 삶의 사추기(思秋期)가 던져준 긴 방황을 어떻게든 갈무리하고 싶은 작가의 간절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명문대 졸업장과 신의 직장이 결코 대답해 주지 않는 삶의 본질을 더 늦기 전에 알고 싶어서, 남들 보기에 괜찮은 삶이 아니라 나의 언어로 이해하고 내 손발이 수긍하는 삶의 참모습을 만나고 싶어서라고….
인류의 영원한 화두 삶! ‘삶’이란 무엇일까?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가 말해 온 행복한 삶, 제대로 사는 인생은 어떤 것일까? 작가는 그 답을 ‘삶’과 ‘앎’이 겹쳐져 있는 ‘삶’이라는 글자 속에서 제시한다. 즉, 모든 사람이 타고 난 보편적 신성과 나만의 소질·재능을 분명히 ‘알고’ 그 ‘앎’대로 실생활에서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삶’이라는 한없이 무거운 주제를 동서양의 고전을 풍경 삼아 수채화 같은 담론으로 풀어가는 52편의 삶 철학 에세이 『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 한 주에 한 편의 주제를 곰곰이 곱씹다 보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의 1년, 52주는 어느새 삶의 철학으로 꽉 차게 된다.
속도전쟁의 시대, 시간에 머물러 사유하는 삶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일까
봄이 아닌 겨울에서 시작하는 민광훈의 계절이데아
언어의 분절성이란, 연속적인 자연의 세계를 나누어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이를 불연속적인 것으로 바꾸는 성질을 뜻한다. 이러한 언어의 분절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계절이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은 연속적인 시간을 1년의 기후 추이에 따라 나눈 것이다. 혹 누군가는 ‘기후’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계절을 나눌지 모른다. ‘따뜻하고, 덥고, 서늘하고, 춥다’와 같은 체감의 언어가 아닌, ‘설레고, 짜증나고, 외롭고, 허무하다’라는 감정의 언어로 계절을 분절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의 계절이 나눠진 데에는 어떤 기준이 작용하였을까. 저자의 겨울에는 4월의 기록이 있고, 봄에는 2월의 기록이, 여름에는 12월의 기록이, 가을에는 1월의 기록이 있는 등 시간이 뒤엉켜 있다. 저자의 계절은 시간이 아닌 ‘무언가’의 기준으로 나누어 있다. 독자는 글을 읽으며, 감상의 뭉텅이를 조합하여 저자의 계절에 그어진 선을 짐작하며 읽어 내린다. 이는 독자가 계절을 고찰하여 새판을 짜게끔 마련해 놓은 빈자리라 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독자는 저마다의 계절을 품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름을 붙인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에 따른 장 나눔은 문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형식이지만, 여기에도 역시 저자만의 뒤틀림이 존재한다. 저자의 계절은 봄이 아닌 겨울에서 시작된다. 춘하추동이 아닌 동춘하추, 익숙한 형식의 변주는 ‘봄여름가을겨울’로 완결되는 1년이 아닌, ‘겨울봄여름가을’ 뒤에 ‘그리고’라는 연속성을 남긴다.
이처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형식들로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는 저자의 스타일은 본문 속에도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삶’과 ‘앎’이 합쳐질 때 비로소 ‘사람’이 된다. / 수많은 ‘나’들이 모인 ‘나나나…’가 곧 ‘나라’이다. / 그 사람이 되어 보는(see) 것은, 그 사람을 알게(know) 되는 것과 같다.〉 등 본문 속에 등장하는 언어유희는 단순한 유희를 위함이 아닌 자신만의 언어분석을 통해 고찰해 낸 철학인 것이다. 뒤틀어 봄으로써,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는 것. 이는 저자가 삶을 대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굵은 메시지는 아름다운 삶을 위해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 신성과 함께 나만의 고유한 소질·재능을 분명히 ‘알고’ 그 ‘앎’대로 실생활에 적용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하여 그냥 지나쳤던 시간과 공간 속에 가만히 머물러 사유하고 그 속의 ‘나’를 깨닫고, ‘나’를 알며 살아가는 길. ‘삶’이라는 한없이 무거운 주제를 동서양의 고전을 풍경 삼아 수채화 같은 담론으로 풀어가는 52편의 삶 철학 에세이, 알음다운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민광훈의 계절이데아 『아름다운 삶, 알음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