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무 금촌 단편집
우리나라를 옛 사람들이 금수강산이라 말했다.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다. 옛적 사람들은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성현聖賢의 道를 알고 마음을 닦아 사물을 올바르게 볼 줄 알았다. 어느 한 구석 도려낼 곳이 없다. 맑은 가을 하늘에 밝은 달이 두둥실 떠올라 방방곡곡을 비추면 그야말로 고운 비단을 깔아놓은 것 같았고, 아침 해가 동산에서 불끈 솟아올라와 온 세상을 비추면 새들은 기쁘다고 노래를 부르고 산마루에 구름이 힘겨운 듯 걸쳐있어도 노송이 허리가 아픈 듯 굽어보고 지나가는 행인이 글은 몰라도 『아니, 신선이 따로 있나! 지금 내가 신선 골을 지나가니 내가 신선이지 뭘...』 중얼거렸다. 아름답고 좋았던 시절은 다 지나갔고 하필 아귀다툼이 난무하는 시절에 태어나 듣고 본 것이 싸우고 울고 짜고 훔치고 강제로 빼앗고 욕심이 넘쳐 눈알이 튀어나올 듯하고 욕을 많이 해 이빨이 다 빠지고 잇몸이 썩어 들어가고.... 뱃속에 심술이 뭉쳐 암 덩어리가 머리통만 하게 자라면 그때서야 아이고 나 죽는다고 해봐야 끝장을 보고 마는 거지. 그렇게 살걸. 뭘 그리 서둘고 뛰고 비틀거리고 정신을 못 차리고 사나? 그래도 그런 속에서 얘깃거리를 주워 모아 또 한 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