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숫자로 모든 것을 말하는 증권가에서 사랑을 노래하다.
“그런데 인혁아. 넌 사실 실적도 거의 바닥이고, 보너스는커녕 월급도 잘 받지 못하는 우리 지점 해고 1순위야. 그거 알지?”
“알아……. 지난번에도 지점장실에 불려가서 해고할 수도 있으니 정신 차리고 똑바로 일하라며 경고를 받았지.”
“그런데 지점장이 널 해고하려 했다면 벌써 그렇게 조치를 취했을 거야.”
“그렇지. 내가 운이 좋은 건가?”
“운이 아냐, 인혁아. 지점장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최고의 실력으로 최연소 지점장이 되었어. 정확하고 냉정한 사람이 너를 자르지 않았다는 것은 너한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 너한테 뭔가가 있어. 우울해하지 마, 자신감을 가져도 돼.”
“그럴 수도 있겠네. 태성이 너 웬일로 나한테 칭찬이냐? 그런데 그게 뭘까? 그 뭔가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볼 때는 인혁이 너는 사람 냄새가 나.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전쟁터의 의무병이라고 할까. 적군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의무병에게는 총을 쏘지 않잖아.”
본문 중에서
1분 1초가 모두 돈으로 환산되는 냉정한 증권가의 세계.
증권가에서 삶의 희망과 사랑을 노래한다는 것은 일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과 사랑에 대한 비범한 진정성을 지니고 있던 개츠비처럼, 증권가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사랑을 지켜 나가는 한 사람이 있다.
대한증권 천안지점에서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임인혁, 그리고 대한증권 천안지점 최고의 간판스타이자 그의 절친한 동기인 정태성.
그런 그들의 우정을 지켜보며 뒤따르는 막내 하늘이.
세 사람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지금 증권가에 힘차게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