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록
한참 젊었을 때 할아버지의 ‘자서기’ 원고를 처음 읽었는데, 당시에는 그다지 큰 감흥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단지, 당신의 살아 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 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했었던 듯하다. 이후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다시 그 원고를 펼쳤을 때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원고는 특히 한자와 일본어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꼼꼼히 본다고는 하였지만 실수가 있지 않았을까 염려가 남는다. 추후 발견된다면 고쳐나갈 일이다.
2012년에 아버지께 회고록을 써 보지 않으시겠느냐고 여쭈었다. 애초에는 아버지께서 구술하시면 내가 그 내용을 정리해 볼 생각이었는데, 차일피일 하는 사이 한두 달 시간이 흘렀고 얼마 후 아버지로부터 ‘다 써 놓았으니 가져가라’는 말씀이 있으셨다.
이제 아버지의 팔순을 맞아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원고를 묶어 하나의 책을 만든다. 2, 30년쯤 후에 아버지께서 ‘다시 쓰는 회고록’을 이 책에 더하실 수 있다면 정말로 경사스런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쓴 이야기도 여기에 더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원고 정리에 애써준 나의 아들에게 치하의 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