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30년 넘게 전세계 창작자들을 상담, 코칭해온 에릭 메이젤이 작가 지망생, 글작가, 화가, 디자이너, 연출가, 뮤지션 등 창작자 25명과 주고받은 메일함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2주간의 상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기록했다. 직접적인 고민해결은 물론 실의에 빠진 예술가들을 위로하고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심리 카운슬링 책이기도 하다.
작가 지망생부터 유명인까지
우리가 몰랐던 예술가들의 치열하고 뜨거운 고민
? 아무리 글을 써도 밥벌이가 되지는 않았던 터라 글쓰기를 아예 포기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작가, 밥벌이가 되지 않는 글쓰기, 포기해야 할까?
? 한 분야에 진득하게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성향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해 한 가지를 완성하고 파고드는 힘이 부족합니다. -디자이너, 한가지에 끝까지 몰두하지 못한다
? 때로는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아요. 퇴짜를 맞을까 봐 두려운 마음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고요.-작가 지망생, 이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을까
? 나에게는 남모를 두려움이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덫에 구속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두려움, 충분히 복잡한 세상에 ‘소음’을 하나 더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이미 퇴색해버린 꿈에 집착하는 두려움, 권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그것이 결국 온갖 실존적 절망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연극연출가, 두려워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편집을 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매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생깁니다.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질 못하겠어요. -나아간다 싶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공동 관심사를 찾으려고 노력을 기울였지요. 하지만 나는 언제나 혼자일 뿐입니다. 끊임없이 온갖 소문에 시달리거나 무시당하고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욕하거나 조롱하는 사람들, 온갖 부정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들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한다
? 예전에 단편소설을 어느 출판사에 보냈다가 지극히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거절 편지를 받고는 얼마나 낙담을 했는지 모릅니다. -원고가 또 퇴짜맞을까 봐 두렵다
20년 코칭 경험 녹인 1대1 고민 상담 프로젝트
단 2주 만에 벌어진 놀라운 변화, 그리고 작은 기적
이 책은 창작자로 살면서 겪게 되는 삶에 관한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세상에 내놓아야 할 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창작자들이라면 숙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고민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와 막연한 두려움, 실존적 슬픔, 창작에 대한 욕구와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않는 현실, 잘못된 습관이나 시간 활용의 문제, 무례하고 공정하지 못한 대접,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타인의 평가 사이의 괴리, 작품에 대한 불만족과 자기 내부의 비난, 작품을 내놓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주변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고통,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반복되는 회의감,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자기정체성의 혼란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그런 창작자들의 고뇌와 창작의 과정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조언과 코칭을 곁들여 함께 고민을 해결해나간다. 20년 넘게 전세계 창작자들을 상담, 코칭해온 저자가 작가 지망생, 글작가, 화가, 디자이너, 연출가, 뮤지션 등 25명과 주고받은 메일함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2주간의 상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기록했다. ‘트라우마와 정신적 불안에 시달려온 창작자들의 진정어린 위안자’라는 저자의 명성에 걸맞게 실의에 빠진 예술가들을 위로하고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심리 카운슬링 책이기도 하다.
총 2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전세계 창작자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디테일하며 리얼하다.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의지,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현실문제로 고민하는 지구 반대편의 상담자 글이 마치 나의 사연인듯 착각을 일으킨다.
갈수록 창의성이 시들어간다는 사연, 위축되지 않고 용기를 내고 싶다는 사연, 걸핏하면 우울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맞는다는 사연, 남들의 평가와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쓴다는 사연, 출판사의 퇴짜를 맞을까봐 글을 쓰지 못한다는 사연, 생계를 꾸려가느라 정작 창작에 몰입할 시간이 없다는 사연, 좋은 가사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는 사연, 작품의 방향성을 정하고 싶다는 사연, 첫책 출간을 앞두고 심정이 복잡하다는 사연,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 경력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초조하다는 사연, 온갖 핑계로 공백기가 너무 길다는 사연, 창작도 하고 돈도 벌고 싶다는 사연, 의뢰받은 작품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사연 등 그 종류와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이 책이 비단 이런 고민과 넋두리를 털어놓는 데 그쳤다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또렷한 차별점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예술가 각자가 스스로의 고민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 그것을 실천해본 〈실행보고서〉가 그것이다. 작가는 때론 거침없이 상처가 드러나도록 자극하고, 게으름과 변명에 대해 매서운 채찍질도 서슴지 않는다. 때론 예리하게, 때론 진심어린 위로와 조언으로 다양한 고민을 해체하고 재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예술가 스스로 자신에게 닥친 다양한 문제들을 객관적이고 능동적으로 살펴보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25명의 상담자들은 저자의 안내에 따라 예외없이 2주 동안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관찰하며 우선순위를 새로 정해 실천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단 2주~3주 만에 본인들도 깜짝 놀랄 만한 커다란 변화를 체험한다. 책에는 이 과정이 가감없이 기록돼 있는데, 독자는 이 〈실행보고서〉를 통해 간접 경험뿐 아니라 즉각적인 고민해결의 쾌감까지 맛볼 수 있다. 2주간의 코칭은 짧고 간결하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과 자신에 대한 뼈아픈 각성과 마주하게 하고 나아가 창작의 열망에 불을 지펴 새로운 마음으로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굵고 짧게 핵심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도록 돕는 저자의 조언은 왜 그가 최고의 글쓰기 코치이자 “창작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진정어린 동반자”라고 불리는지 깨닫게 한다.
창작자들의 자존감과 정체성 되찾아주는 책
잘 쓰인 글이나 미술작품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얻기까지 창작자들이 얼마나 긴 시간을 고뇌하고 인내하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과 맞서는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막연히 생각해왔던 창작의 과정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창작자들에게 작품은 곧 자신을 드러내는 무기이며 존재 의미다. 저자는 세상이 알아줄 작품을 내놓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향하는 내면의 비난과 질타의 시선을 단호하게 멈추는 것이며, 자존감을 되찾아 창작에 대한 열망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일갈한다.
이 책에는 유독 작가 지망생의 상담이 많다. 만약 독자가 예술가 지망생이라면 막연하게 꿈꿔오던 예술가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길을 갈지 말지 고민하던 시간에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이미 창작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흔들리던 자기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의 요소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소중한 가치는 예술가들이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물리적, 시간적, 심리적으로 적극 돕는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얼핏 보면 고민 상담책으로 보이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숱한 고민 속에서도 결국 예술가로서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창작자들의 선언이자 창작을 할 때 비로소 온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예술가들의 은밀한 자기 고백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지망생부터 오늘도 창작의 고통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글작가, 화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번역가, 뮤지션, 배우, 연출가, 디자이너 등의 필독서다.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