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언제나 목마르다
왜 우리는 사랑 앞에서 늘 좌절하고 눈물 흘리는가?
사랑에 관한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그리스 신화를 읽어라!
그 어떤 연애서적보다 더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사랑과 연애에 관한 최고의 사용설명서
헬레네, 파리스, 헥토르, 안드로마케, 카산드라, 아킬레우스, 피로스, 오레스테스, 레다, 헤라클레스, 아도니스, 다프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시지프스, 디오니소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판도라, 이아손과 아르고 호의 선원들, 메디아,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그리고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신들.
이 책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서술방식에서 벗어나 ‘사랑’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그리스 신화를 재구성한다.
이야기 하나. 인질을 보고 한눈에 반한 크레타 섬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 그녀는 조국을 배신하고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리아드네는 디오니소스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테세우스는 “저 여자를 여기 두고 떠나면 내가 너의 수호신이 되어주겠다”는 디오니소스 앞에서 아무런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난다. 테세우스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여인을 그렇게 매정하게 떠나야 했을까.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용맹스러움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이야기 둘. 에로스의 황금화살을 맞은 태양의 신 아폴론은 어린 소녀 다프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다프네는 아직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롭게 노니는 삶이 좋다. 아폴론은 눈만 뜨면 종일 다프네를 쫓아다니고, 밤이면 청초한 다프네의 모습이 떠올라 잠 못 든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늠름한 풍모를 가진 아폴론이었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초라한 존재다. 짝사랑은 참으로 묘해서 가까이 가면 갈수록 상대방은 멀어져가고, 애를 태우는 자는 애절해진다. 수렁과도 같은 이것이 연애의 역학이 아닐까. 아폴론은 더 이상 참지 못해 다프네에게 뜨겁게 구애를 하고, 겁먹은 다프네는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결국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린다. 온몸으로 사랑했지만, 끝내 사랑을 얻지 못한 아폴론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경험이다.
냉혹하고 잔인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사랑… 그래서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포장지를 벗겨낸 사랑의 맨얼굴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 매우 흥미진진하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운명적 사랑은 없다.
숙명적인 사랑은 끝은 아름다워도 항상 슬픔이다.
그래서 운명의 존재에 묶인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