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수필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수필을 대표하는 주요 수필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동일한 ‘언어’를 다루는 일이지만, 법과 문학의 자리는 꽤 멀어 보인다. 법의 언어가 매우 냉철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복잡한 인간과 사회의 이해관계를 다루는 것이라면, 문학의 언어는 보다 감성적이고 미학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선입견이겠지만, 법의 언어가 왠지 비정한 인상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본디 모든 언어가 그러하듯이, 법과 문학의 거리 역시 꼭 먼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나 1970년대부터 1980년대를 경유하는 시기의 법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주 거칠게 말해서 이 시기의 법과 문학은 한편으로는 부당한 군사 독재에 부역하는 방식으로 고유한 언어를 훼손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소수의 흐름일지라도 지배 권력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고유한 언어의 신성함을 지키기도 했다. 이때 후자의 경우 법과 문학의 거리는 꽤 가까운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해, 이 시기 군사 독재에 부역하던 문학과 이에 저항하던 문학의 거리보다도, 오히려 군사 독재에 저항하던 법과 문학의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승헌의 수필을 읽는 작업은 곧 온전한 의미의 법과 문학의 ‘언어’가 지니는 관계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한승헌은 한국 현대사의 어둠에 맞서 법의 언어가 지니는 정의의 가치를 온몸으로 실천한 법률가이자, 동시에 그 실천적 지성을 문학의 언어로 표현한 드문 문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을 구부려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 횡행하던 시기, 법과 문학의 영역에서 동시에 그 언어의 가치를 지킨 사례는 한승헌이 거의 유일할는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수필을 읽는 일은 더더욱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저자소개
한승헌(韓勝憲)은 변호사이자, 문인이며, 지금은 전북대학교 석좌교수, 서울시 시정고문단 대표로 있다. 아호는 산민(山民)이다
1934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전북대(정치학과)를 나왔다.
고등고시 사법과(제8회)에 합격하고 검사 생활(법무부, 서울지검 등)을 거쳐 1965년 변호사로 전신했다.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탄압받는 양심수·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 운동에 힘을 기울였다.
〈어떤 조사〉 필화 사건(1975)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1980)으로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렀다. 변호사 자격 박탈 8년 만에 복권, 변호 활동을 재개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창립이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방송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감사원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 등의 직분을 맡아서 일했다.
중앙대, 서강대, 연세대, 전북대, 가천대 등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했다.
저서로는 ≪정치재판의 현장≫, ≪한승헌 변호사 변론사건 실록≫(전 7권), ≪분단시대의 법정≫, ≪한국의 법치주의를 검증한다≫, ≪권력과 필화≫,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산민객담>(전 3권) 시집 ≪하얀 목소리≫ 등 40여 권이 있다.
인제(仁濟)인성대상, 정일형 이태영 자유민주상, 임창순(任昌淳)학술상, 단재상(丹齋賞) 등을 받았다.
장성규(張成奎)는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인문학부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박사 후 국내 연수 과정과 서울대학교 강의교수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커뮤니케이션문화학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문학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문과 노벨의 장르 사회학≫, ≪사막에서 리얼리즘≫, ≪신성한 잉여≫ 등이 있다.
목차
1. 세월과 삶
시대의 격랑 속에서
초동(樵童) 시절
높이뛰기
아웃사이더의 발돋움
실견기(失犬記)
광고 사진
으악새
삼민사(三民社)의 추억
가련동 사람
무서운 아이들
분단의 저편, 다시 가 본 ‘북녘땅’
인민예술가 정창모 선배
끝나지 않은 인생의 본문
또 한 해를 보내며
비망록 2011
2. 해학의 방
하버드대학
치과 의사
모자 상봉
해적 타령
얼룩진 역사책
시장이 반찬
무슨 운동을 하십니까?
고대사 전공
호랑이의 기도
미화(美化)
소금
이름
좌우지간 반성
풍채
정상들의 유머
어원 연구
원일한 장로
청와대와 감옥
감기와 아메리카노
3. 법창의 그늘
감옥 풍경
웃음이 있는 법정
대필(代筆)
예언적 공소장
소년교도소
법이 있는 풍경
빌라도를 생각한다.
부활
우문현답
전원 석방
국가 기밀 분식집
구치소 ‘입장료’
얼마짜리 복권?
법률가와 법률업자
4. 비범(非凡)을 찾아서
‘위대한 범용(凡庸)’을 우러르며
싸우는 평화주의자 함석헌
세 사람 이야기
마사키(正木) 변호사
조코비치의 그 한마디
흰 점퍼의 사나이
모세의 걱정
이 어머니를 보라
언론인과 지조
저 높은 곳
이덕(以德)과 이직(以直)
거듭나는 인간
친일과 항일
이 가을에 생각한다
정의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해설
지은이에 대해
해설자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