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의 아침
《카니발의 아침》은 소설이다. 굳이 나누자면 추리소설이다. 한국에는 추리소설 장르가 아직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코난도일이나 아가다크리스티, 히가시노 게이꼬 등 외국작가의 추리소설들은 소수 마니아층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한국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신뢰를 못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출판업도 생산한 제품을 팔아야 하는 제조사이므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에 대한 위험부담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추리소설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동시에 문학적인 감성과는 또 다른 새로운 브레인스토밍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초록인에게는 신선한 장르로 다가왔다. 그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히 메스를 들이댈 생각을 하지 못하는 특권층 사회에서부터 아무도 눈 돌리지 않는 어두운 곳,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모든 애환과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초록인은 중산층 이하의 팍팍한 생활을 영위하는 한 형사의 삶과, 강력범죄라는 병리현상을 통해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모든 계층 사람들의 애환을 독자와 함께 짚어보는 동시에 한국형 추리소설 장르의 확립에 일조하고자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초록인은 전자책을 주로 출간하는 회사이지만 이 추리소설은 가능한 한 홈즈 시리즈처럼 옴니버스 스타일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정의감 넘치지만 실질적인 “삶”에는 서툰 강력계 형사, 부산어를 표준말로 통역해 사용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남자, 서일록은 투박한 매력으로 독자여러분의 일상에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줄거리
어느 날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저수지에서 유명 감독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한여름이라 그 시체는 부패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들이 뜯어먹어 정확한 범행도구를 밝혀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그가 사망하기 전후 시간대에 그를 만났던 한류 스타 진세인, 저수지에서 심부름을 하던 뇌병변 장애청년 백성, 저수지 관리소장 등이 차례로 소환되어 조사를 받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파트너인 백서영 형사와 함께 사건현장을 둘러보던 서 경사는 폴리스라인을 무시하고 저수지에 들어간 레지오마리에 단원들이 스킨스쿠버 연습을 한다는 핑계로 저수지에서 증거인멸 행위를 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으로 반항하던 스킨스쿠버 협회 회장에게 구류처분을 내린다.
유명 감독의 사건이라 그런지 사회각계각층에서 빨리 사건을 해결하라는 압력이 빗발친다. 이 사건 담당인 서일록 경사가 소속된 강력1팀은 이 사건이 캐면 캘수록 권력층의 정치자금 확보를 위한 조직뿐만 아니라 종교단체와도 블랙커넥션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전방위의 압력에 견디며 폭 넓은 수사를 벌인다. 구류 기간이 길어지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스킨스쿠버 협회 회장은 서 경사에게 자신이 저수지에 가게 된 경위에 대해 제보를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낚시하던 감독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던 거대민물고기는, 자신이 남편과 함께 밀수입했던, 성체가 되면 3 미터가 넘는 베트남 메기였다는 사실도 털어놓는다. 이를 통해 서 경사는 그 메기가 누군가에 의해 살인 도구로서 사육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그녀의 제보에 따라 서 경사는 그녀에게 저수지의 수색을 지시했던 신부를 만나러 가서 이 사건의 본질에 해당하는 첩보를 입수하지만 주 용의자였던 백성의 탈옥으로 인해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현장으로 출동하게 된다. 사건현장에 간 서일록 형사는 천신만고 끝에 백성의 자취를 찾아내지만 경찰청은 그가 이 사건을 수사할 수 없도록 공안담당자에게 이관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서 경사는 경찰청의 지시에 불복해 반발을 하다가 중징계를 당한다. 결국 그들이 애써 파헤쳤던 사건의 중요한 증거자료들은 모두 공안의 손에 넘어가 버리고 그들은 저녁 뉴스에 기자가 시간별로 정리한 사건의 요약 보도를 통해 한류감독의 사망사건이 엄청나게 왜곡되었다는 사실, 감독의 의문사는 단순한 사고였던 것처럼 종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인의 주용의자였던 백성은 탈옥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검거 중에 총격을 당해 죽은 것으로까지 왜곡 보도된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권력이 사실을 은폐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데 회의를 느낀 서 경사는 사표를 내고 이 사건과 연루된 모든 비리를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사건의 주무대가 된 용인으로 이사 가기로 한다. 그를 전적으로 믿고 보좌하던 파트너 형사 백서영, 그리고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영희 역시 누가 뭐라고 하건 말없이 그를 지지하며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