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정의로운가
최순실 재산 추적자 안원구가 밝히는
권력, 재벌, 세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최순실 일가의 해외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일에 사비를 들여 매진하는 한 사람이 있다. ‘은닉재산 전문 프로파일러’라는 달갑지 않은 애칭을 훈장처럼 달았다. 그는 바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다.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국세청과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소위 ‘도곡동 땅 실소유주 MB문건’과 관련하여 갖은 고초를 겪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세무 분야 전문가이기에 앞서 국가 경영에 필요한 안목과 경륜을 갖춘 유능한 행정가였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과 ‘공정사회 만들기’를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요즘 그는 이 책에 자신이 몸담았던 국세청에 대해서 올바른 진단과 개혁의 목소리를 담았다. 과연 이 땅에서 공정 ? 공평하게 걷힌 세금이 낮은 곳으로 골고루 스며드는 진정한 조세정의는 실현 가능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권력과 재벌, 세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통해 국세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조세정의와 공정사회를 위한 국세청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국세청은 과연 정의로운가?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민중봉기의 도화선이 된 사건들의 배경에는 세금 문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고려 말기에는 공정하지 못한 토지세(제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고, 동학혁명도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조세를 비롯한 폭정에 대한 항거였으며, 가깝게는 부마항쟁 역시 부가세 도입에 따른 반발심이 봉기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세금’은 늘 민감한 문제였다. 공정하고 공평하게 세금을 걷고 관리하고 써야만 태평한 시대가 열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중의 저항에 부딪히고 세상은 요동친다. 그가 최순실 은닉재산 추적에 사비를 들여 공을 들이는 것도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정한 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세청이라는 베일에 싸인 조직을 낱낱이 해부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 행정 분야는 그 조직이나 운영에 대한 정보가 베일에 가려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오랜 시간 밀폐되어 있던 옛집의 창문을 활짝 열어 먼지를 털어내고 환기시키는 심정으로” 이 책을 펴낸다고 심경을 밝혔다.
우리가 원하는 조세정의는 실현 가능할까?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은 매달 갖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지만 재벌가들과 유력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60억 원을 물려받으면서 그 중 16억 원을 상속세로 냈고 나머지 돈으로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8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형성했다. 어떻게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가능했을까? 자산규모 1조 5천억 원의 중견기업 오뚜기가 상속세로 1500억 원을 내고(삼성그룹의 자산은 363조 원) ‘갓뚜기’로 불리며 전 국민의 칭송을 받는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 16억 원을 세금으로 내고 8조 원의 재산을 형성하는 ‘불가능한 작전’에는 수많은 변호사와 세무 전문가, 국가 권력, 심지어 국민의 노후를 위해 일해야 할 국민연금공단이 가담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권력은 재벌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고 그 사이에서 최순실은 사사로운 이익을 취했다. 최순실 일가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정경유착으로 형성된 수많은 불법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고 그 규모를 키워왔다. 이 역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진행된 탐욕과 부패, 불의(不義)의 역사이다. 국가 살림에 필요한 재원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고 확보해야 할 국세청 역시 권력과 재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과연 이 땅에서 공정 ? 공평하게 걷힌 세금이 낮은 곳으로 골고루 스며드는 진정한 조세정의는 실현 가능할까? 국세청과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안원국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들려주는 국세청의 과거와 현재,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국세청 개혁 방향에 귀를 기울여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