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손 단편집
18세기 후반 산업 혁명으로 과학과 기술이 급작스럽게 발전하고, 사람들은 자연히 목가적인 것을 그리워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다. 19세기 초 미국의 낭만주의는 이런 산업 혁명에 대한 회의와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낭만주의 문학은 인간과 자연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질지라도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 관찰하고자 했다. 자신의 소설을 ‘로맨스(Romance)’라 칭하며 낭만주의 문학의 선봉에 섰던 너새니얼 호손은 낭만주의자라고 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적이고 이국적인 세계를 그리지는 않았다. 그는 낭만적인 구조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면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호손의 장편 로맨스 ≪주홍 글자≫는 오늘날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호손에게 상당한 명성과 경제적 안정을 제공해 주었고, 전문 작가로서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100여 편의 단편들 또한 로맨스를 위한 습작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온갖 비유와 상징을 통해 인간 삶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어 진실을 규명하려 하고 있으며, 죄, 악, 구원, 도덕, 종교 등의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와 사회의 체제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이 드러난다.
이 책에 수록된 열두 편의 단편은 신문이나 잡지에 처음 발표된 순서대로 나열했다. 이 순서대로 읽게 되면 미국 소설의 원조로서 호손의 위상을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9세기 미국 문학의 백미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작품들은 고도로 발달된 최첨단의 전자 및 통신 기술로 인해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지고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슴 찡한 메시지를 던져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