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오토바이를 타고 갑니다, 내 마음속 로망 일본 책방 여행!
이 책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을 열면, 앞부분에 지도가 있습니다. 일본 지도지요. 번호가 매겨져 있고 지명이 쓰여 있습니다. 저자는 그곳을 한 달간 오토바이를 타고 크고 작은 책방을, 책과 관련된 곳을 누볐습니다. 세상에, 정말로, 일본을 한 바퀴 돌았지 뭔가요. 그것도 자신의 로시난테 오토바이로요.
저자 조경국은 헌책방 ‘소소책방’의 책방지기입니다. 오랜 바람이었던 헌책방을 연 지 삼 년. 애써 버텼는데, 어느 순간 꽉 막힙니다. 진주의 작은 헌책방지기로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해진 겁니다. 문인 기질을 지닌 책방지기 저자에게는 바람을 타고 세상을 떠돌아야만 하는 라이더의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자는 아버님의 빨간 오토바이 연료통에 납작 엎드려 바람을 맞았던 어린 시절을 자신을 라이더로 만든 원형의 기억으로 너무나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지요.
우연히 읽은 신문 기사 한 자락이 본능을 깨웁니다. 일본 훗카이도 스나가와에 있는 이와타서점의 일만엔선서. 아무렴, 기사는 핑계일 겁니다. 하지만 마중물은 되어 주었죠. 책방지기로 동굴에 박힌 듯 웅크리고 있던 라이더의 피가 바글바글 끓어오르게 만들 계기를 제공했다는 말입니다. 저자는 끓어오른 피를 거부하지 않고, 저자 자신보다 저자를 잘 아는 부인의 ‘윤허’를 얻어 일본으로 떠납니다. 그곳에, 어떤 답이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걸고, 있는 대로 힘껏 용기를 내어 오토바이 ‘로시’를 타고.
물론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의 여행은 고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히어로의 여행은 언제나 고된 법이죠. 고된 까닭에 조력자가 생기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요. 저자는 비구름을 몰고 다니며 고난의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는 언제나 멋진 책방과 책방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지요. 저자는 이들 지기를 만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피며 책과 책방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래서 결국은 책
책방지기답게 그의 박학은 곳곳에서 조용히 빛을 발합니다. 저자는 소란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다만 보헤미안의 기질과 독서가의 기질이 한자리에서 똬리를 틀고 있을 뿐이죠.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 전국을 누비면서 우주여행과 인간의 본질을 논하는 『은하철도999』의 메텔과 철이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쓰타야 다이칸야마의 철학 속에서 헌책방지기의 자리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쿠오카의 북스 큐브릭 앞에서 ‘한 상자 헌책방’ 행사에 참가해, 일본으로 헌책 팔기 원정에 나서기도 하죠(여기서도 적자!).
기분 내키는 대로, 흥에 겨운 채 천생 한량처럼 일본을 떠도는 것 같지만, 빠듯한 예산과 촉박한 일정, 다급한 마음은 저자를 홀가분하게 두지 않습니다. 폭우를 뚫고 홀로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그의 고독한 일정에 위로라고는 개성 만점인 헌책방들과 이따금 마시는 술 한잔 정도일까요. 여기에 점차 몰락하는 작은 동네 책방과 새롭게 모습을 달리하는 젊은 책방 그리고 자본과 아이디어로 세를 확장하는 대형서점 사이에서, 그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그래도 저자는 생각합니다. 버텨 보겠다고. 그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선배들이, 일본에도 갖가지 노력을 경주해 살아남고자 하는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형태야 어떻든 책방지기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좀 더 많은 이들과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이 책에는 헌책방지기이자 애서가이자 독서가이자 아버지이자 아들이며 라이더인 저자의 여행과 사색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고, 언젠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품은 독자가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그 독자의 손에 조용히 쥐어 주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