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2
역사상 가장 낭만적이고 유쾌한 시간 여행 이야기!
단 1그램의 슬픔도 없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휴고상, 로커스상, 쿠르드라스비츠상 수상작!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된 21세기 중반. 주인공 네드는 1940년대에 폭격으로 부서진 코번트리 성당을 복원하려는 슈라프넬 여사에게 고용되어 과거로 출장을 떠나지만, 코번트리 성당 복원의 화룡점정이 될 ‘주교의 새 그루터기’는 행방이 묘연하기만 하다. 과도한 시간 여행과 업무로 시차 증후군에 걸린 네드는 잠시 휴식이나 하려고 19세기 옥스퍼드로 향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어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방해하게 되고, 이제 역사는 뒤바뀌어 2차 세계 대전에서 히틀러가 승리하는 미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오, 선생님. 고양이 한 마리 못 보셨나요?”
“넌 빠져 죽으면 안 돼! 들려?
널 구하려고 온 우주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단 말이야!”
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두 번째 장편 소설. 발표 당시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받았고, 독일과 스페인의 SF 문학상까지 휩쓴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
“코니 윌리스는 가장 가차없이 유쾌한 작가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코니 윌리스가 살아 있는 최고의 SF 유머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장르 최고의 유머 작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 〈로커스〉
빅토리아 시대로 휴가를 떠난 21세기 인간
이 모든 게 돈 때문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한 갑부이자 감상적인 기벽을 지닌 슈라프넬 여사는 코번트리 성당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기를 원했죠. 여사는 성가대원들의 옷이 리넨인지 면인지조차 정확히 확인하고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부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죠. 막대한 지원금 말입니다. 그 대가로 옥스퍼드 역사학부의 시간 여행자들은 코번트리 성당의 모든 세부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 여기저기로 떠나야만 했습니다. 연구고 뭐고 ‘올스톱’입니다. 지원금을 받아야 하니까요.
코번트리 성당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소이탄을 맞은 직후, 세 명의 시간 여행자가 성당의 폐허를 뒤졌습니다. 이 폭격 이후 사라진 예물인 ‘주교의 새(bird) 그루터기’가 어떤 모양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죠. 이 촌스러운 예물을 찾으려고 여러 명의 시간 여행자가 끝없는 헛수고를 반복하는 중이었습니다. 과로로 인해 ‘시차 증후군’에 시달리는 여행자들도 나왔습니다. 시간 여행을 너무 자주 반복하면 감각에 이상이 오고,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감상적으로 변하죠. 주인공 네드는 폐허가 된 성당을 뒤지다가 지나치게 심각해진 시차 증후군 때문에 강제로 현재로 복귀 당합니다. 병원에서는 2주의 휴식을 명하지만, 슈라프넬 여사는 기다려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네드는 도망쳐서 쉬어야 합니다. 그러나 슈라프넬 여사는 그가 지구 어디에 있든지 찾아낼 것입니다. 과거를 제외하면요.
옥스퍼드 역사학부의 관제탑이라 할 수 있는 던워디 교수는 네드를 빅토리아 시대의 과거로 보내기로 합니다.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세계, 느리고 안온한 삶, 시차 증후군에 걸린 낭만적인 인간을 전혀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을 세계…. 거기서 휴식을 취하고 오라는 거죠. 간단한 한 가지 임무만 완료하고 나서 말이죠. 문제는 네드가 시차 증후군 때문에 그 임무가 뭔지 정확히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누구를 어디서 만나야 하는데, 오, 그러나 운명이 그가 탄 배를 떠밀고 말았으니….
그리고 많은 일이 잘못됩니다. 잘못을 교정하려는 일은 더 큰 잘못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에 빠진 대학생과 물고기 덕후인 역사학 교수와 얼빠진 시간 여행자와 개 한 마리는 보트를 타고 템스강을 가로지르고, 고양이가 나타나고, 배가 뒤집히고, 일군의 숙녀들과 고지식한 신사와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집사와 강령술사와… 그리고 이 모든 인물은 쉼 없이 시와 문학을 인용하며 라틴어로 탄성을 내지르고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빅토리아 시대는 ‘투 머치’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시공간이죠. 건축 양식, 실내 장식, 옷, 식기구, 격식과 예의까지. 말이 많은 것도 전혀 놀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코니 윌리스는 성탄절 풍의 소동극을 좋아하는 작가죠. 빅토리아 시대는 그런 면에서 코니 윌리스에게 딱 맞는 시대처럼 보입니다. 손가락 하나만 잘못 놀려도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고 뒤집히고 그걸 본 사람들은 테니슨을 인용하며 한숨을 쉬는 곳이죠.
이 얼마나 휴가지로 안성맞춤인가요? 특히 낭만과 유머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말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하긴 하지만요.
특히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시간 여행 미스터리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사이좋게 서로의 발목을 잡을 때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코믹하게 시작해서 비장하게 마무리되는 단편 〈화재감시원〉이었죠. 두 번째는 속편의 법칙에 걸맞은 작품이었습니다. 훨씬 우습고 비극적이고 귀엽고 거대한 장편 《둠즈데이북》이죠. 그럼 세 번째 이야기는 어떨까요. 더 거대한 작품일까요? 트릴로지(삼부작) 형식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대단원의 막이니까요. 3배수마다 스토리의 방점을 찍는 스타워즈처럼요. 아니면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될 수도 있겠죠. 2탄이 너무 화려해서 그걸 다시 더 화려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판단될 경우, 차기작에서 시리즈의 분위기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겁니다. 스테레오타입에 기반한 기대를 배신함으로써 ‘낯설게 하기’ 전략을 수행하는 거죠.
확실히 《둠즈데이북》은 〈화재감시원〉의 후계자입니다. 코니 윌리스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인 ‘인생은 클로즈업으로 보면 비극이고 롱 숏으로 보면 희극이다’를 반대로 사용합니다.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냉소적인 유머 감각과 사고를 끌어당기는 허당 속성을 겸비하며,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사건들은 대개 웃음(과 웃음을 유발하는 오만가지 감정)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소한 사건들은 운명 또는 ‘시공 연속체’ 또는 신의 섭리에 따라 기묘하게 이어져 있지요. 거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기쁨과 함께 수많은 슬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 여행자들은 이 슬픔에 흔들리지 않게끔 스스로를 다잡아야 합니다. 지나간 시간 속의 시공간을 방문하는 그들은 가급적, 애초에 아무것도 사랑하지 말아야 하죠.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를 클로즈업하면 끝없는 시트콤과 수다의 향연이 펼쳐지고, 롱 숏으로 담으면 그 즐거운 시간들이 때로 사망의 골짜기로 향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둠즈데이북》은 그 기쁨과 슬픔의 높낮이 차이를 극대화시켜 독자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죠. 확실히 《둠즈데이북》은 힘겨운 여정이었습니다. 길고 감정적인 고저 차가 큰 소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아직 읽지 못한 분이라면 고민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전작보다 더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면 어떡하지….
네, 안심하셔도 됩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전작들로부터 코미디를 계승하고 비극성을 배제했습니다. 순도 백 퍼센트에 가까운 시간 여행 코미디입니다. 아무도 죽거나 복구 불가능한 상해를 입지 않습니다. 특별히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깊은 상심에 빠질 일도 없습니다. 모든 일이 잘못된 것 같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간 것처럼 보입니다(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시공 연속체 또는 신이 보유한 ‘결론’을 인간이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마치 페이소스를 좀 덜어내고 그 자리에 미국식 성탄 특집 휴먼 드라마를 집어넣은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같아요. 그럼 너무 뻔해지지 않겠냐고요? 뻔하다고 느낄 틈이 없습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차분하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거든요. 인류의 역사가 걸린 시공 연속체의 모순을 추리하는 사람은 잠든 백조를 고양이로 착각하고 잘못 깨웠다가 나무 위로 도망갈 때까지 손과 다리를 물린 사람과 동일인물입니다. 서구 인류의 운명을 건(것처럼 보이는) 시간 모순 미스터리와 빅토리아 시대 특유의 투머치-슬랩스틱-토크-시트콤은 서로를 사이좋게 방해하면서 느긋하게 나아갑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오, 그러나 어김없이 티타임은 다가오는 법….
“여인이여, 마음에 드십니까?” “찬성”
여기에 로맨스도 포함돼 있다고 말씀드렸나요? 낭만적인 장면들이 있습니다. 네드가 사랑하게 되는 동료 베리티는 혹사당한 끝에 시차 증후군에 걸려 낭만적으로 변하고 맙니다. 그녀는 늦은 아침 템스강의 보트 위에 앉아 네드에게 말하죠. 멋진 추리소설인 피터 윔지 시리즈 얘기입니다. 그 시리즈의 주인공인 피터 경과 해리엇은 사랑에 빠지지만 피터 경이 청혼에 이르기까지는 몇 권의 시리즈가 더 진행돼야 했다고요. 결국 때가 다가왔고, 피터 경은 라틴어로 “여인이여, 마음에 드십니까?”라고 물었고, 해리엇은 “찬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시 괴짜 교수들이 “네”라고 말하는 방식이었다죠.
뭔가 지금 저도 시차 증후군에 빠진 것 같군요. 요점은 이렇습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는 로맨스도 있습니다.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요. 베리티의 의견에 따르면, “미스터리를 풀기 전에는 청혼하면 안 돼요. 그게 추리소설의 법칙이죠.” 이 대사 역시 낭만적이군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는 낭만이 멈추지 않고 샘솟습니다. 감상벽이 지나치다고요? 그래서 이 책이 웃길 수 있었습니다. 멋질 수도 있었고요.
여름 휴가는 템스강으로! (단, 19세기 한정)
그러니 여름 휴가의 동반자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어떻습니까? 더없이 우아하면서도 사람의 혼을 빼놓을 줄 아는 유쾌한 세계입니다. 이곳의 날씨는 좋고 자연은 아름답죠. 역사와 고전 문학 덕후인 작가가 끊임없이 사이드 메뉴로 내놓는 레퍼런스는 덤입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도 함께합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속에 들어 있습니다. 함께 떠들고 싸우고 얼토당토않은 고민을 하면서 웃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갈 거예요. 그 시간은 확실히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거고요.
어서 오십시오, 우윳빛 가시에 맺힌 이슬처럼 달콤하고, 기쁨의 전율처럼 황홀한 그대여!
★★★★★ 1999년 휴고상 수상
★★★★★ 1999년 로커스상 수상
★★★★★ 2000년 독일 쿠르드 라스비츠상 수상
★★★★★ 2000년 스페인 이그노투스상 수상
★★★★☆ 1999년 네뷸러상 노미네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