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줄게
경찰은 그것이 자살이었다고 한다
나는 살인이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둘 다 틀렸다
캐럴라인의 남편 탐은 절벽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일곱 달 뒤, 캐럴라인은 남편이 택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자기 삶을 잔인하게 끝낸다. 그들의 딸 애나는 부모를 잃은 이후 줄곧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캐럴라인이 죽은 지 정확히 일 년이 되던 날, 애나의 집에 카드 한 장이 날아든다. ‘자살일까? 다시 생각해봐.’ 이 메시지는 사인심문 결과에 끊임없이 괴로워하던 애나의 의심에 불을 댕긴다. 애나의 동거인 마크는 카드 내용을 끔찍한 농담쯤으로 여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애나는 어머니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한다. 그녀의 논리는 은퇴한 형사이자 민간 경찰인 머리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비밀리에 수사가 시작되고 애나가 익명의 누군가에게서 위협받으면서 그녀는 부모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과 가족의 안전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과거를 파고들수록 그녀는 위험해진다. 때때로 어떤 것들은 거짓인 채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므로…….
데뷔작 『너를 놓아줄게』와 차기작 『나는 너를 본다』와 핏줄을 같이하며 독자를 깊은 밤까지 붙잡아둘 클레어 맥킨토시의 세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부모 자식 사이의 복잡한 본성을 이용해 이번에도 독자의 예상을 영리하게 뒤엎는다. 잘못된 추측에 발을 담갔다가도 다시 답을 찾으려 애쓰며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한 즐거움을 얻게 한다. 매 쪽에 가득한 비밀과 위험은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충격적인 전개는 독자를 쥐락펴락하며 일상의 지루함을 탈피하게 할 것이다.
불면을 준비하라.
클레어 맥킨토시는 이번에도 당신을 깊은 밤까지 붙들어놓을 것이다.”
- 가디언
모르는 것이 안전한, 어두운 비밀에 관한 이야기
애나, 답을 찾지 마
그 답은 네 마음에 들지 않을 거야
열두 해 동안의 경찰직을 정리하고 전업 작가로 진로를 바꾼 뒤, 데뷔작『너를 놓아줄게』를 발표하고 전 세계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인 첫발을 뗀 데 이어 두 번째 소설『나는 너를 본다』로 스릴러 작가로서 자리를 굳힌 클레어 맥킨토시가 세 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차기작을 발표할 당시 제니 블랙허스트가 한 말처럼 “누구도 해내지 못한” “베스트셀러 데뷔작을 넘어서는 일을 이뤄”낸 작가는 이 책으로 그동안의 명성과 믿음에 걸맞게 독자와 평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앞선 두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작가의 특장점인 거미줄 같은 플롯과 영리하게 설계된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어 매 쪽을 집어삼킬 듯 읽으며 밤잠을 잊게 할 정도로 중독적이며, 뒤쪽을 넘겨다보는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끝내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한다. 도중의 거대한 반전에 놀라기는 이르다. 마지막 장의 충격에 비하면 앞선 반전은 예고에 불과하므로.
진실을 알아내려는 자와
그것을 숨기려는 자의 필사적인 줄다리기
탐과 캐럴라인 그리고 딸 애나로 이루어진 존슨 가족은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았다. 배우자가 먼저 죽으면 그를 따라 갈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고 때때로 싸우고 화해했다. 겉보기에 평범하고 행복했던 그들의 생활은 가파르기로 유명한 비치 헤드의 절벽에서 탐이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며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일곱 달 뒤, 캐럴라인은 남편이 택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자기 삶을 잔인하게 끝낸다. 일 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부모를 차례로 떠나보낸 애나는 가슴 아파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그 사이 애나의 곁에는 동반자 마크가 자리하고 둘은 딸 엘라를 낳는다. 위태롭게 균형 잡던 날도 잠시, 캐럴라인이 죽은 지 정확히 일 년이 되던 날 애나의 집에 카드 한 장이 날아든다. 화려한 색상에 기념일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카드 안쪽에는 ‘자살일까? 다시 생각해봐’라는 메시지가 인쇄되어 있다. 애써 태연하게 새로운 일상을 갖춰나가려던 애나에게 이 메시지는 의심의 불을 댕긴다. 마크는 카드 내용을 끔찍한 농담쯤으로 여기지만 애나는 어머니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한다. 은퇴한 형사이자 민간 경찰인 머리가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비밀리에 수사가 시작된다. 동시에 진실을 알아내려는 행보를 가로막는 익명의 누군가도 함께 움직인다. 이야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면서까지 진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부모와 그들에 대한 딸의 양가감정을 실감나게 그리며 진실을 알아내려는 자와 끝까지 묻어두려는 자의 대립을 첨예하게 보여준다.
점점 공고해지는
클레어 맥킨토시 스릴러의 세계
클레어 맥킨토시는 작가로서 처음 선보인 소설『너를 놓아줄게』에서 사고로 눈 앞에서 아이를 잃은 여성과 제나라는 조각가의 이야기 각각을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고 흥미롭게 하나로 엮어 내어 자신의 데뷔작을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만들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숨통을 조이는 속도감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의 연속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다음에는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은 채 시선을 좀더 가까이 옮겨 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감시 카메라 등의 보편화로 더는 보장받지 못하게 된 사생활과 신변에 대한 위협 등 21세기의 일상 도처에 도사리는 평범한 불안들을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만큼 사실에 가깝게 그려냈다. 그리고 세 번째 소설『나를 지워줄게』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인물과 남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숨은 이야기에 집중한다.
작가는 2002년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에서 카누 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나 그의 아내와 계속해서 같이 살다가 훗날 파나마에서 삶을 새로 시작했다는 존 다윈의 실화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존 다윈은 변장하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고향을 돌아다녔고 어머니를 찾아온 두 아들의 이야기를 엿듣기도 했다. 거기에서 부모가 고의로 사별의 아픔을 주었다면 어떤 기분을 느낄지,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더불어 나날이 늘어가는 정신 건강 문제와 자살하려는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로 잘 알려진 비치 헤드라는 장소는 작가의 창작 욕구를 부추겼다. 허나 이 소설 속의 사건과 등장인물은 철저히 허구의 산물일 뿐 작가가 읽고 들은 어떤 이야기에도 근거하지 않았다. 영리하고 치밀한 서사 구조와 내다보기 어려운 전개 그리고 능동적으로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이라는 특징을 지녔다는 데서 전작들과 궤를 같이하며 균열에서 파멸로, 파멸에서 새로운 삶으로 이르는 경로를 보여주는 한편 진실과 거짓의 속성을 탐구하고 부모와 자식 간이라는 관계에 숨은, 사랑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본성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