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가 들려주는
언제나 성공하는 여행법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 때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안고 떠난 여행도 마음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멀리 떠나왔건만 즐거운 경험과 추억은커녕 불평과 불만만 안고 돌아오기 일쑤다. 세상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던, 세상은 문밖에 있다던 꿈같은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던 걸까. 여행 전의 두근거림과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고생과 짜증, 불쾌한 경험들뿐이다. 고대하던 여행은 왜 그렇게 쉬이 망가지고 행복 가득한 여행은 왜 이리도 요원할까. 여행을 통해 지친 마음에 위안을 얻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심지어 잃어버린 자아까지 찾아 돌아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비결을 가진 걸까?
매년 지구를 여섯 바퀴씩 돌고, 1년에 적어도 10주는 바다 위 선상에서 보내며 틈만 나면 어디로든 떠나고, 나아가 일상의 매 순간을 여행하듯 살다가 마침내 삶 자체를 여행으로 만든 남자가 있다. 자칭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 추스잉이 여행이 인생에 가져다준 변화와 가르침을 함께 나누고자 자신의 여행담과 여행 철학을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한 권에 담았다. 그는 꼭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야만 여행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집 주변 산책로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작정 나라 밖으로 멀리 떠나는 일은 오히려 무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행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이른바 ‘여행 DNA’를 내 몸에 아로새기고 ‘여행혼旅行魂’을 단단히 단련시켜야 한다. 물론 그러기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음가짐을 조금씩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집 앞의 작은 공원이 근사한 여행지로 변신할 수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이 같은 여행 연습을 몸과 마음에 쌓아가다 보면 세상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행동력을 기르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점차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열여섯 살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을 여행하며 처음으로 ‘다른 세계’에 매혹된 이후 매 시각 테러 위험이 도사리는 이집트 AUC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학을 공부한 추스잉은 국제 금융 전문 감찰기관인 BIC의 연락 책임자로, 영국과 미국의 환경 기업 파트너로, 유엔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10개 국어를 마스터하고, 선원 자격증을 취득해 때로는 하늘길로, 때로는 바닷길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에너지 넘치는 행동파 여행자다. 그는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재치 넘치는 입담을 과시하며 여행이 가져다준 삶의 변화를 전파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며 매 순간 모든 곳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평범한 여행자라면 불쾌할 수도, 그저 힘든 고생으로만 느낄 수도 있는 돌발 상황마저 단숨에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로 변신시키는 추스잉의 여행 비결을 배우고 그의 강력한 여행 DNA를 엿볼 기회다.
“이유요?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유머,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추스잉은 단순히 ‘재미있겠다’는 마음 하나로 타이완에서부터 무거운 싼타이즈(타이완의 신) 탈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생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한겨울 후지산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자전거 경주에 참가하는 괴짜 여행자다. 페이스북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제안 한 마디로 천릿길도 마다않고 비행기를 타며 우승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주임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자신과 같이 자전거에는 모두 아마추어인 팀원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했든 매 순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정직한 노력에서 느껴지는 깊은 내공은 많은 이들의 진심을 울린다.
“기어 변속도 안 되는 자전거를, 그것도 후지 스피드웨이처럼 힘든 레이싱이 예상되는 서킷에서 타려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팀이 출발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이유요?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죠!” (20~21쪽)
기왕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최선을 다하자. 설령 그게 노는 것이라도 모든 힘을 쏟아붓자. 온몸에 있는 3만 5,000개의 모공을 활짝 열고 변화무쌍한 세상이 자신의 몸에 온전히 스며들기를 열망하자.
여행을 뭐하러 다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여행을 단순히 놀고먹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진지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행자인 나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게 여행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24쪽)
그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과 열린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여행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하며 지금 당장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여행 DNA를 발견하고 단련시킬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직업이나 지위, 처한 상황은 여행에 아무런 도움도 방해도 되지 못하고, 힘든 현실을 피해 무작정 낯선 곳으로 멀리 떠난다고 해서 인생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며, 타인의 기준에 맞춰 떠나는 여행 역시 남의 여행 DNA를 빌리는 일에 불과할 뿐, 실패한 여행이 되기 십상이라 지적한다. 항공권과 호텔 예약보다 먼저 자신만의 여행 DNA를 개발하고 나에게 꼭 맞는 나만의 여행법을 찾아야만 어디를 어떻게 여행하더라도 영혼을 살찌우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어디를 여행해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지 못하는 사람은 깃발을 휘날리며 세계를 일주해도 여행을 오롯이 즐기지 못한다. …(중략)… 결국 겸손한 사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무궁무진한 사람, 끊임없이 자아를 탐구하는 사람만이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겪은 일을 통해 인생의 자양분을 얻는다. 여행자에게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여행은 낭만적인 외출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통해 스스로 변하고, 독립적인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배우고, 스스로 더 만족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여행자를 더 독립적이고 만족스러운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여행은 인생의 구원책이 될 수 있다. (40쪽)
새로운 세계는 내면의 나쁜 영혼을 밀어낸다
모든 여행은 몸속에 흐르는 피를 바꾸는 일이다
그는 무엇보다 타인의 가치관, 고정관념, 보편적 상식에 얽매여 사회가 그어놓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열패감이나 경쟁심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항공권을 가장 싸게 구입하지 못한 것이 억울하고, 같은 식당에서 같은 값의 음식을 먹었는데 같은 대접을 못 받은 것 같으면 짜증이 치밀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다른 여행자보다 여행 경험이 짧으면 분한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지기만 한다. 이런 사람들은 여행 DNA가 단련되지 못한 여행자들이다. 여행 DNA가 부족하면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추구하고 그렇게 해서 승리를 거머쥐어도 개운하지 않다. 다음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과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추스잉의 관점에서 보면 진정으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죽어라 페달을 밟으며 쫓아오는 다른 경쟁자들이 자신을 앞서가건 말건 홀연히 자전거를 세우고 후지산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을 줄 아는 사람이다.
미국의 여행작가 폴 서루는 저서 《여행자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행에 대한 갈망을 사람이 사람이고 싶어 하는 열망이라 정의한다. 여행은 이동하고 싶은 욕망과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현재의 상태를 바꾸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친구를 사귀고, 낯선 도시를 체험하고,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는 일이다.” 그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 한 번도 ‘승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어떤 형식으로든 여행자의 계획에 ‘승리’는 없어야 한다. (93쪽)
여행 DNA가 강한 사람은 승리와 패배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즐겁게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 이것이 여행자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성공이다. 여행의 고수는 남에게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감을 우아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길 위의 여정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승리보다 몇만 배 더 매력적이다. (97쪽)
또 이와 비슷하게 돈 문제로 여행을 망설이거나 자신의 꿈을 두고 경제적 문제로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도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돈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돈이 인생을 제한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돈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만큼만 여행하고, 돈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자. 여행 경비를 위한 자금을 별도로 모으는 방법도 좋고 여행지에서 일하며 모자란 여행 자금을 충당해도 좋다. 여행하며 일할 수 없는 직업은 세상에 없다!
여행을 할 돈이 있느냐 없느냐는 대부분 절대적인 금액이 아니라 돈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결정된다. 돈으로 인생을 제한하지 말고 꿈을 위해 돈을 쓰자. 여행을 갈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로 “돈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고 있다면 돈에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경계신호로 받아들이자. 돈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여행 DNA를 단련시키는 중요한 수업이다! …(중략)…돈은 목적이 아니라 인생과 꿈을 지원하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 나와 돈의 관계, 다시 말해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돈이 여행의 발목을 잡는 굴레에서 풀려날 수 있다. (81쪽)
“돈을 다 쓰면 그냥 돌아오면 되죠.” 여행 경험을 극대화하고 싶은 여행객들이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조언이다. (78쪽)
이처럼 추스잉은 행복한 여행에 방해가 되는 다양한 걸림돌을 보란 듯이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경제적 문제, 고정관념, 신체적 한계, 타인과 자신의 편견… 이는 오랜 여행 경험으로 튼튼하게 훈련된 그의 여행 DNA, 여행혼 덕분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반드시 새로운 답이 나온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추스잉은 이렇게 여행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삶의 모든 순간을 여행으로 채워나간다.
여행은 영혼을 단련시키는 최고의 스승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떠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모두가 여행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번만큼은 완벽한 여행을 위해 누군가는 밤새도록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를 뒤지고 누군가는 블로그 맛집 후기들을 읽고 또 읽고 있으리라. 추스잉의 메시지를 한 번쯤 되새겨볼 때다. 비행기 일등석에 앉고 5성급 호텔에 머무는 여행이라도 여행 경험을 받아들이는 내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실패한 여행이 될 수 있고 구석진 게스트하우스의 냄새나는 이층 침대에 몸을 뉘여도 즐겁고 유쾌한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위대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누구와 언제 어디를 여행하든 여행의 성패는 나의 여행 DNA에 달렸다.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환율 비교나 초저가 항공권 검색 대신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불쾌한 오해도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와 유머, 굳어진 고정관념과 편견을 없앤 열린 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성찰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누가 아는가, 연례행사처럼 떠난 여행이 위대한 여행이 되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여행이 될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자 추스잉처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여행을 경험하든 추스잉의 말대로 올해 여름에는 모두가 지난번보다 더 나은, 자기만의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