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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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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저자
나경희 저
출판사
에스판다스
출판일
2026-05-21
등록일
2026-06-1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54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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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호 프로파일러’ 그 다음 세대의 이야기
이상동기 범죄의 그날, 경찰로 간 심리학자들
경찰 최초 ‘특채 1기 프로파일러’ 4명이 20년간 겪은 범죄와 수사 이야기

"대중들은 프로파일러 하면 연쇄살인을 주로 떠올리지만 이상동기 범죄는 점점 다양화해지고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범죄 프로파일링을 한국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_특채 1기 프로파일러 최대호(경찰수사연수원 교수)

권일용 동국대 교수는 강력사건 수사와 감식을 하다 ‘1호 프로파일러’로 발령받은 뒤 수년 간 ‘1인 팀’으로 활동했다. 경찰은 권일용 교수의 활동 성과 및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2005년 사상 최초로 공개모집을 통해 ‘특채1기 프로파일러’로 민간인 심리전공자 16명을 채용했다. 개인사유로 졸업이 늦어진 1명을 제외한 1기 15명은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초 일선에 배치되었다. 2026년은 이들이 경찰 프로파일러로 근무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도 경찰에 재직 중인 백승경, 최대호, 추창우 및 현재 퇴직한 김윤희 등 4명의 특채 1기의 이야기가 처음 공개된다.

‘1호 프로파일러’ 이야기가 실험과 도전의 이야기라면 ‘특채 1기 프로파일러’ 이야기는 성장의 이야기다.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범죄 프로파일링 이론을 한국 현실에 적용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FBI 범죄분류매뉴얼(CCM)은 이들과 경찰의 노력으로 한국형 범죄분류매뉴얼(K-CCM)’으로 거듭났다.

이 논픽션은 범죄로 읽는 한국사회 인문서이자, 동시에 고민하고 고뇌하는 네명의 직업인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한편의 문학이다.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의 이야기를 담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고나무 작가가 기획자로 참여했다. 범죄보도에 강한 시사IN이 공동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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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돈을 노린 살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범인이 왜 그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건 나만의 미제로 남았다. 종종 그 사건이 떠올랐다. 비가 쏟아지던 밤,으슥한 창고, 뭔가를 태우다 만 드럼통, 경찰을 부르겠다는 날 선 목소리. 식당에서 밥을 맛있게 먹다 가도 주방 한구석에 놓인 오래된 양문형 냉장고를 보면 창고 안에 덩그러니 남아 있던, 노란 테이프가 칭칭 감긴 자주색 냉장고가 떠올랐다.
“저기에 사람이 들어간다고?”
카메라에 눈을 붙이고 중얼거리던 사진기자의 말까지. 그때마다 나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 비가 쏟아지던 그날 밤으로 순식간에 되돌아갔다. 이해할 수 없는 범죄였다._ 6p(프롤로그)

“현장이 무질서해요. 범인은 아마 근처에 살 겁니다. 운전하기에는 너무 산만하거든요.”
영화 「카피캣」에 나오는 범죄심리학자 헬렌 허드슨은 범죄 현장 사진을 보고 용의자를 좁혀 나갔다. 1995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배우 시고니 위버가 이상동기 범죄자를 추적하는 범죄심리학자를 연기했다. 몽타주나 지문 없이도 범인을 추적할 방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벼락 같은 충격이었다. 어릴 때 겪었던 빈집털이 사건이 쓰라린 상처처럼 되살아났다.
‘못 잡았던 그 강도를, 저 사람이라면 잡을 수도 있겠구나.’_ 17p(1화 카피캣)

아무도 찾지 않아 한 달 넘게 방치된 집도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팀장 박미옥도, 팀원이었던 김윤희도 똑같이 무너져 내렸다. 젊은 여성의 시신은 밀랍처럼 변해 있었다. 온 집 안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주인의 사체를 뜯어먹으며 버틴 고양이는 경찰이 문을 열자마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시신 옆에는 굶어 죽은 다른 고양이가 누워 있었다. 마지막 고양이는 겨우 숨이 붙어 있었다. 김윤희가 가까이 다가갔지만 기진맥진한 고양이는 도망가지 못하고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넋이 나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 눈빛은… 잊히지가 않아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힘들어요. 타살에는 악인이 존재하지만 자살은 온전히 슬픔밖에 없어요. 산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요.”_ 205p(고양이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케이스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한국형 범죄 분류 매뉴얼이 경찰에서 제작된 것은 2017년이다. 그동안 프로파일러들이 피의자 혹은 재소자와의 면담이 끝나면 스카스(SCAS)라 불리는 전산망에 모든 정보를 기록해둔 덕분이다. FBI의 범죄 분류 매뉴얼에 수록돼 있던 각 범죄마다의 대표 사례를 모두 한국에서 발생한 사례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권일용과 백승경이 근무하는 본청을 중심으로 각 지방청에서 근무하는 프로파일러와 경찰대에서 근무하는 교수를 포함해 총 31명이 모여 만든 성과였다_69p(죄명과 학명사이)

김 씨는 1백억 원대 갈취 사건의 피의자로 수감 중이면서 추가로 납치·살해 혐의를 받는 자였다. 그러면서도 프로파일러를 고작 내복과 양말을 얻어낼 수 있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상대를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과 라포를 쌓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시각,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은 우여곡절 끝에 피해자와 김 씨가 묵었던 객실에서 혈흔을 찾아냈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였다.
자신이 살인과 시신유기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마지막 거짓말을 준비했다. 2012년 3월 18일 밤, 그는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스스로 목 매달았다. 증거를 부인하려면 이 사건 자체를 끝내는 수밖에 없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중단될 터였다. 인생을 건 거짓말이었다._ 125p(자기 목숨을 건 거짓말)

그러나 여전히 남자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길래 가까이 가서 구경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사팀은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봤다. 임의동행 제한 시간인 여섯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출석한 피의자나 참고인을 최대한 붙잡아둘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추창우와 과수팀장이 나섰다. 형사에게 용의자의 프로필을 들은 추창우는 한 가지 심문 전략을 세웠다.
“말로만 밀어붙이면 자백을 안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조사하듯이 질문을 던져보자고 생각했어요. 용의자 입장에서 ‘뭔가 증거가 발견됐구나’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받도록.”_96p(방화범과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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