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인문 산책
스웨덴의 골목길에서 아이슬란드의 얼음 동굴까지
길 위에서 ‘진짜’ 북유럽을 만나다!
인문학과 함께 ‘진짜’ 북유럽을 만나다! 수세기 전의 역사부터 신화, 문학, 미술, 건축, 지리까지 다양한 인문학적 배경 지식을 저자의 생생한 여행담과 함께 풀어낸다. 국가와 도시에 따라 각기 다른 특색을 소개하고, 색다른 여행지에 다녀온 소감도 담았다. 오래된 도시 전경이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북유럽의 진짜 모습과 그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담아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책이다.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보이는 스웨덴의 골목길들부터 안데르센과 키르케고르의 숨결이 느껴지는 덴마크, 바이킹의 도전 정신을 품고 있는 노르웨이.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핀란드, 화산부터 빙하에 이르는 대자연의 힘으로 가득한 아이슬란드까지. 이 책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역사와 예술과 자연의 세계가 모두 담겨 있다.
북유럽을 파고들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그날 나는 여느 때처럼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공원에서 산책하던 중이었다. 평소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다 보니 작은 호수가 나왔다. 어쩐지 내가 아는 장소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문득 예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어느 동화책에 나온 그림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던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너무나 생생하게 현실로 다가왔다. 엄청난 과학적 발견이라도 한 듯 흥분되며 다른 것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그때부터 나의 북유럽 탐구가 시작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인문학으로 여행을 채우다
‘진짜’ 북유럽이 눈앞에 펼쳐지다
뛰어난 복지를 자랑하는 곳,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곳, 유구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품은 곳,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을 매혹시킨 곳. 흔히 ‘북유럽’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표현들이다. 이 추상적이고 압축적인 단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진다. ‘그래서 북유럽에 뭐가 있다는 거지?’
북유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현지인들도 깜짝 놀랄 만큼 열정적으로 북유럽 곳곳을 누빈다. 그 과정에서 직접 현장에 발을 딛지 않고서는 던질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깊이 파헤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답변들을 얻는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뒤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미처 완벽하게 채우지 못한 지식의 공백에 인문학을 더한다. 그렇게 역사와 신화, 예술과 문화, 자연과 지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인문학적 지식을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역사의 현장에서 가르침을 얻고
대자연의 중심에서 사색에 잠기다
17세기 스웨덴의 거대한 전함은 어째서 출항하자마자 침몰해버렸을까? 햄릿의 성 지하에 잠들어 있다는 덴마크의 영웅은 과연 누구일까? 노르웨이 피오르를 감상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헬싱키에는 북유럽 디자인의 거장이 설계한 서점이 있다? 미국 의회는 왜 아이슬란드에 탐험가의 동상을 기증했을까? 북유럽 신화가 유독 거칠고 비장한 이유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북유럽을 대표하는 5개국의 이름들은 익숙하면서도 어쩐지 낯설다. 그래서 북유럽 여행의 모든 순간은 배움의 시작이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 속에서 저자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솔직하다. 덴마크의 ‘작은 인어상’ 앞에서 느낀 측은지심도, 핀란드의 산타 마을에서 느낀 씁쓸함도, 아이슬란드의 눈보라 속에서 느낀 경외감도 있는 그대로 풀어낸다. 그 풍부하고 진솔한 감정들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기대보다 큰 감동을 준다.
춥지만 차갑지 않고 차분하지만 어둡지 않은 곳
그래서 북유럽에 간다
북유럽은 산책하듯 거닐기에 좋은 곳이다. 오랜 시간 도시를 지킨 요새는 한적한 공원과 같고, 피오르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은 아늑한 보금자리 같다. 서유럽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춥지만 차갑지 않고, 차분하지만 어둡지 않다. 그래서 북유럽을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도시에서 숲으로, 숲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빙하로 이어지는 여행자의 발걸음은 북유럽의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되었다가 용감한 바이킹이 되었다가 낭만적인 예술가가 되었다가 도전적인 탐험가가 된다. 그 길을 함께 걷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보면, 어느새 ‘진짜’ 북유럽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책 속으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구시가지’라는 뜻의 감라스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스톡홀름의 중심에 있는 작은 섬인 감라스탄에는 13세기부터 시가지가 만들어졌다. 감라스탄에는 스웨덴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는 잊어버리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14쪽)
17세기 스웨덴의 막강했던 국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전함이 유르고르덴에 보존되어 있다. 바로 구스타브 2세 아돌프의 야심작 바사호다. 컴컴한 바사 박물관의 커다란 문을 열면 당장이라도 밀고 나올 듯한 기세의 바사호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전함을 실제로 보는 것, 그것도 배의 밑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라 놀라울 뿐이었다. (34쪽)
제일 규모가 크고 유명한 랑함마르 라우크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자갈밭에 라우크가 우뚝 솟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회암 기둥들의 대부분이 바다에 있는 반면, 포뢰섬의 라우크는 자갈 해변에 있다. 그래서 그 아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 위에 올라가볼 수도 있다. 높이가 10m에 달하는 거대한 랑함마르 라우크는 용맹한 바이킹 전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74쪽)
코펜하겐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가면 나오는 오덴세의 이름은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안데르센이 코펜하겐으로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오덴세는 오늘날 ‘안데르센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 다. 아담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오덴세의 그림 같은 거리를 걷다 보면 안데르센의 생가와 동상, 안데르센 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다. (99쪽)
북쪽의 마지막 역인 헬싱외르역에 도착했다. 기차역 밖으로 나오니 정면에 아름다운 크론보르 성이 보였다. 크론보르 성은 영국의 세계적인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대표작 《햄릿》의 배경으로 삼은 곳이다. 햄릿의 원제목은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이며, 작품 속 햄릿의 성 엘시노어Elsinore가 바로 크론보르 성이다. ‘엘시노어’는 헬싱외르의 영어식 표기이기도 하다. (118쪽)
공원의 언덕 중심에 있는 ‘모놀리텐’은 비겔란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다. 모놀리텐은 ‘하나의 돌’이라는 의미로, 한 덩어리의 화강암을 조각한 것이라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높이가 17.3m, 무게가 260톤에 이르는 모놀리텐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조각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121명이 서로 뒤엉켜 높은 탑을 이룬 모습은 그 자체로 조각 공원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153쪽)
인류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생대 제4기에 피오르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피오르 여행은 단순히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탄생을 함께한 고대의 지구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168쪽)
알토가 설계한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은 내가 헬싱키에 갈 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책을 구입한 다음 서점 2층에 있는 카페 알토로 자리를 옮겼다. 이 카페는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커피를 주문하고 ‘골든벨 조명’으로도 잘 알려진 알토의 〈A330 Pendant Lamp〉 아래 테이블에 앉았다. (215쪽)
눈이 많이 오는 라플란드에 산타가 살고 있다는 믿음이 커지자 마침 도시를 재건하고 있던 로바니에미는 이를 한껏 활용했다. 산타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산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1985년에 로바니에미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공식’ 산타가 사는 도시가 되었고, 도시 안에 산타 테마파크도 조성되었다. (229쪽)
레이캬비크는 전 세계의 수도 중 북극점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레이캬비크란 ‘연기가 나는 만’이라는 뜻인데, 아르나르손이 처음 레이캬비크에 도착했을 때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244쪽)
비몽사몽 헤맬 겨를이 없었다.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튀어 나갔다. 이미 오로라의 띠가 하늘에 스며들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점점 색이 진해지면서 위아래로 피어났다. 하늘 전체가 오로라로 덮였다. 그러더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