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
빛바랜 유물에 살아 숨 쉬는 진짜 이야기를 더하다!
30여 년간 세계를 종횡무진해온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가 고고학의 매력과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화려한 황금 유물에서부터 저자가 직접 발굴한 자작나무로 감싼 원주민의 유골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유물이 단순하게 흙투성이에 깨진 조각 혹은 불타버린 잿더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지혜와 통찰을 선사하는 귀중한 선물이라는 걸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될 것이다. 미지의 땅을 찾아 과거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이 장대한 여정은 우리의 현재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사색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이 지구에 생존해왔고, 그 흔적은 과거의 유물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이 책은 흙투성이 유물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읽어내는 현미경이자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마중물로서, 독자를 기꺼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빛바랜 유물 속에 깃들어 있는 진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
‘고고학’ 하면 사람들은 보통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을 떠올린다. 흥미진진한 모험과 보물들이 가득한.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연대기만 잔뜩 나열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고학 개론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이 책에는 한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겪은 직접 체험과 그를 통해 깨닫게 된 생생한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여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있고,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어지는 역사의 계보가 있으며, 우리 인류가 살아갈 미래를 향한 애정 어린 제언이 들어 있다. 과거의 유물은 단순한 화석이나 골동품을 떠나 현재의 인류를 있게 한 흔적이자 발자취인 까닭이다. 이 고고학자는 유물에 새겨진 흙을 털어내고 깨진 조각을 이어 붙여 유물이 존재했던 그 시절, 짧게는 100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재현한다. 뼈만 남아 있는 무덤에서 꽃향기를 찾아내고, 조개껍데기를 통해 젓갈의 맛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형체만 남은 석상에서 화려했던 초원 기마민족의 색을 재현하고, 토기 바닥에 남아 있는 식물 성분을 통해 최초의 술 제조 현장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수만 년의 시대를 여행하고 있지만 전혀 피곤하지도, 지치지도 않는 이상한 여행이다. “일반시민과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젊은 고고학도들도 단숨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고 새겨볼 만한 고고학 안내서”라고 이청규 한국고고학회 회장이 이 책을 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가 지난 30여 년간 발굴해온 세계 유적들에 얽힌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폭넓은 시각을 가진 현장 고고학자”라는 유홍준 교수의 추천평처럼 강인욱 교수는 러시아,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직접 발굴을 주도해온 현장의 경험이 풍부한 고고학자이다. 이 책에는 강인욱 교수가 고고학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1990년대 벌교 조개무지의 발굴에서부터 발해 성터에서 발견된 고구려 문화를 계승한 갈색 토기, 시베리아의 움무덤에서 발굴한 자작나무로 뒤덮인 이름 없는 유해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황금인간에 이르기까지, 놀라우면서도 흥미롭고 때론 감동적이기까지 한 실제 발굴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과거의 유물 역시 눈으로만 보아서는 결코 그 진실을 알 수 없다고 강인욱 교수는 말한다. 유물에는 인류의 마음이 강하게 담겨 있으며, 그 마음을 가까이에서,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아야만 비로소 그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강인욱 교수가 발굴현장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혹은 숙소의 흐릿한 등불 아래에서 메모했던 비밀노트, 숱한 시간을 고민하며 써내려간 소중한 마음 속 이야기들이다.
개인의 삶이 풍성해지려면 먼저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 하는 색다른 인문학 선물!
이 책 속에는 무덤, 불, 유물 위조, 고고학자의 실수, 전쟁, 황금유물 같은 고고학에서 익숙하게 다루어지는 테마들이 있는가 하면, 향기, 음악, 술, 색(色), 문신 같은 생소한 주제들도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마약, 돼지고기, 젓갈 등은 직접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짐작조차 하기 힘든 주제들이다. 신선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책의 내용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발굴에 전력해온 강인욱 교수의 폭넓은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삶을 추적하는 이 광범위한 유물 탐사는 이 세계가 얼마나 드넓은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우리에게 보다 넓고 깊은 시야를 가지라고 종용한다. 그것은 고고학자가 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고고학자는 시간여행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유적지 같은 곳에서 흙을 보물 다루듯 소중하게 긁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십중팔구 고고학자다. 고고학자는 바로 그 한 겹씩 벗겨내는 흙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
- 본문 중에서
강인욱 교수는 이 책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으로 독자를 이끌면서 우리 인류가 이 세계에 출현해온 이후 줄곧 고민해온 질문들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왜 무덤을 만들어 죽은 사람을 기리는가, 불, 술, 음악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색이 바랜 수천 년 전의 작은 토기 하나는 지금의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가 같은 것들. 그리고 또, 문명의 멸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과 서, 남과 북의 영역에서 유사한 유물이 발견되는 건 어째서인가 등. 이러한 질문은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지금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들이다. 그 질문들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정답을 내릴 수도 없는, 인류의 영혼,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고고학 자료의 절반 이상은 무덤과 관련되어 있다. 네안데르탈인 이래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영생을 또는 저세상에서의 행복을 바라며 정성껏 시신을 안치했다. 이 무덤 하나하나는 곧 내세에서의 복을 기원하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산 자가 남긴 마지막 사랑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죽은 경우 돌궐 계통 주민들은 나무의 구멍 안에 넣어서 매장했다. 에벤키(시베리아와 극동 러시아 일대에서 순록을 치며 사는 원주민들)의 사람들은 나무에 관을 매다는 경우도 있다. 나무의 열매처럼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본문 중에서
동시에 강인욱 교수는 고고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예술, 음악, 문학, 심지어 한의학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초월한 인문학적 사고로 우리를 초대한다. 강인욱 교수에 따르면, 고고학은 단순히 유물의 진위 여부를 가리거나 연대를 밝히는 것에 국한된 학문이 아니라 인류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주는 학문이다.
고고학은 쉽게 설명하면,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인간은 왜 그렇게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을까?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건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에 기인한다.
- 본문 중에서
“역사는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삶이 쌓인 지층과도 같다”라고 강인욱 교수는 말한다. 유물은 과거만을 비추어 밝히지 않는다. 과거의 진실을 찾아냄으로써 현재를 밝히고 나아가 미래 세대가 더 현명하고 가치 있게 자신들의 시대를 만들어가도록 조언한다.
최근 논란이 된 유적이 있다. 바로 춘천의 중도 유적이다. 중도 유적의 경우 3000년 전의 역사를 품고 있는 한강에서 발견된 가장 큰 마을(또는 도시)의 흔적이었다. 아마 제대로 발굴한다면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중도 유적 발굴은 약 5년 만에 끝났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유적들이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4대강의 강가에서 유적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마무리되었고 유적들이 있을 수도 있었던 강가는 이미 다 정비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선사시대 유적 공원에서 복원된 집자리들은 사실 이미 발굴이 다 되고 난 후에 발굴 당시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카피일 뿐이다.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과연 우리를 성실한 고고학자로 기억할까, 아니면 발굴을 앞세우며 무자비하게 유적을 파헤친 서투른 고고학자들로 기억할까. 나로서는 더는 중도나 4대강 같은 발굴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본문 중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인류는 보다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껏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새롭고 진귀한 유물들이 전해주는 강하고 울림 있는 메시지로 가득한 이 책은 독자들을 새로운 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교양으로 읽어야 할 즐거운 고고학.
삶은 하나의 여행이며, 고고학은 그 여행을 유쾌하게 해줄 벗이다!
고고학을 공부하려고 관련 책을 펼쳤다가 고리타분하거나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적이 있을 것이다. 구석기시대가 언제 시작되었고, 신석기시대부터 빗살무늬토기를 사용했고, 청동기시대부터 세형동검을 사용했는지가 대체 왜 중요한 걸까. 실제로 첨단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고고학적 결과들이 뒤집히거나 새로운 유물의 발견으로 인해 견고하게 유지되던 학설이 전혀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고고학에서는 어떤 결론을 특정 짓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한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이다. 이 조각들을 하나하나 짜맞추어가는 과정에서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준다. 과거의 인류도 현재의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살았다. 유물에 숨어 있는 이야기, 아주 오래 전 그들이 살았던 모습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을 때, 그들이 단순한 유물이 아닌 지금의 우리와 전연 다를 것 없었던 사람들인 걸 알게 된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에는 과거는 어떤 식으로 현재에 이어졌는가라는 화두가 거대한 줄기로 뻗어 있으며, 이에 대한 질문과 대답들이 열매처럼 매달려 있다. 이 문답과 사색의 과정은 지금의 시대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과거를 더 알아갈수록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이 놀라운 역설은 지금의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 책을 통해 고고학이 고루하고 쓸모없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지금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영양분이라는 것을 확인한다면, 삶이 좀 더 높고 드넓어지게 될 것이다.
추천의 글
강인욱 교수는 고고학자로서 드물게도 유라시아를 전공으로 삼고 있다. 나는 우리 인문 분야에 강인욱 교수 같은 폭넓은 시각의 현장 고고학자가 있음을 항시 든든하게 생각해 왔다. 그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이후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의 여러 유적지 발굴에 참여하고 이를 보고서와 저서로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0여 년간 발굴 현장에서 겪은 체험을 기록한 일종의 고고학적 에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물을 통하여 과거의 삶을 복원하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참 가치와 고고학자로서의 보람을 말함과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역시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나는 강교수의 이 생생한 증언록을 통해 고고학이라는 하나의 인문학이 대중과 행복하고도 즐겁게 만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_ 유홍준 미술사가, 명지대 석좌교수
우리가 들어본 고고학 이야기 중에서 가장 상큼하게 지적인 흥분을 일으키는 책이다. 그동안 고고학의 발굴과 연구과정의 뒷이야기를 쓴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은 유물에서 나는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지게 적었다. 고고학자는 몸은 땅 속에 있어야 하지만 머리는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훨훨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를 꿰고 있어야 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끊임없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만능학자이기도 하다. 강인욱 교수는 이러한 고고학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학자이자 유물의 뒤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생각하는 고고학자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드는 풍부한 고고학적인 지식 그리고 시간을 오르내리는 인간 경험을 토대로 유물을 맛깔스럽게 필자의 시각에서 해설한 새로운 설명들은 고고학을 멀리서 경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놀라운 흥분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_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강인욱 교수는 이야기꾼 고고학자이다. 이 책에서 그는 먼 과거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과 죽음에서 만나는 여러 주제를 유적과 유물로 쉽고도 흥미 있게 풀어낸다. 더불어 그 자체가 역사가 되어 버린 여러 나라 고고학자들의 갖가지 발굴 에피소드도 종횡무진 다루고 있다. 그의 이러한 글쓰기는 일찍이 러시아 유학에서 시작하여 수십 년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의 수많은 유적 현장과 박물관, 연구소를 두루 섭렵하고 체험하여 얻어진 소중한 결과물인 것이다. 친근한 주제를 쉽게 풀어낸 고고학 교양서로서 일반시민과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개발에 따른 구제발굴 현장에 내몰린 한국의 젊은 고고학도들도 단숨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고 새겨볼 만한 고고학 안내서라 생각되어 이에 적극 추천한다.
_ 이청규 한국고고학회 회장, 영남대 교수
본문 중에서
4000년 전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중국 신장 지역에 위치한 유적인 샤오허에는 사막이라는 기후적 특징 덕에 거의 완벽하게 매장 당시의 형태가 보존되어 있다. 이 무덤은 마치 수십 대의 배가 무리를 지어 사막을 가로지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그 관의 끝에는 마치 배의 노처럼 생긴 표식, 즉 묘비석을 세웠다. 사막에서 발견된 샤오허 무덤은 학익진을 펴고 바다를 헤엄치는 배처럼 사막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굴에서 관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흙 색깔의 변화로 관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추정할 뿐이다. 인골도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무덤 안에 토기라도 없다면 그냥 구덩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렇게 관도 사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무덤을 보면 그들이 바람처럼 여행을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이따금 들곤 한다.
- 〈죽은 이를 위한 사랑의 흔적〉 중에서
왜 실크로드를 통해서 동아시아 각지로 퍼진 공후가 중국이 아니라 고조선에서 가장 먼저 노래로 등장했을까. 당시 중국에서는 앉아서 타는 금(琴)이 발달했고, 공후는 기마생활에 익숙한 유목민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러니 고조선에서 유독 공후가 발달했다면 중국보다는 초원 지역과의 교류를 통해서 직접 수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고조선과 초원 지역과의 연관성은 황금, 철제 무기와 마구에 잘 남아 있다. 〈공무도하가〉는 이처럼 서역의 음악과 이어졌던 2000년 전의 교류를 반증해주는 귀한 자료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음악은 너무 흔한 것이 되어 버렸다. 어디에서도 우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도시에서는 음악이 끊기는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의 소중함에 대해 잘 깨닫고 있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오래 전, 지금 같은 플레이어가 없는 과거인들에게 음악은 오로지 생음악뿐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값비싼 경험이었고, 평생을 두고 간직할 소리의 향연이었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강렬히 울리는 만큼이나 순간으로 사라져버린다. 과거 사람들의 음악을 지금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귓전에 울리는 지금의 음악이 영원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어느 누가 그걸 확신할 수 있을까.
- 〈마음을 울리는 소리 없는 음악〉 중에서
고고학만큼 역설적인 학문이 없다. 왜냐하면 과거를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유적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고고학자들이 수많은 도면과 사진을 남기며 신중하게 발굴을 진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번 발굴한 유적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 간혹 유적을 발굴하지 않고 유보하는 경우도 있다. 땅속에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유적을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발굴을 하지 않는 것도 답이 아니다. 발굴을 하지 않으면 정작 과거의 유적과 유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없기에 오히려 고고학의 발전은 저해된다. 그러니 최소한의 발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고고학 발굴이 지향하는 바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조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상처를 당연시하고 발굴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후대에 물려줄 유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 〈파괴와 복원, 고고학 발굴의 패러독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