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비밀의 정원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떠올리는 장소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어른들은 일터에 가시고 막 초등학교를 입학했거나 한두 살 터울의 아이들이 눈만 뜨면 모여서 놀기도 하고,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함께 뒹굴던 때였습니다.
우연히 고향을 찾아갔고, 예전에 살던 마을을 찾아 봤는데 마을은 사라지고, 우리들이 놀았던 놀이터, 즉 탄차가 다녔던 그 곳만 남아있었습니다. 탄찻길은 고한과 만항재쪽으로 탄을 실어 나르는 탄차들이 다니는 철길이었습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탄차가 다니고, 우리들은 탄찻길 아래 그늘에 모여서 놀았습니다.
지금은 탄차가 멈춘 지 오래 되었고, 철길은 녹슬었고, 침목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침목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박달나무, 쑥부쟁이, 금마타리, 싸리나무 등등 오붓하게 정원을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은 곳이어서 새들과 곤충들과 식물들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그들만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추억나들이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옛 동무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유년을 찾는다는 거,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삭막해지기 쉬운 지금의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부드러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