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마음
“책을 만든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하는 일입니다.”
“(이 직업을 택한) 너도 실수했고 (널 뽑은) 나도 실수한 걸로 치자.”
12년간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이지은 편집자가 첫 직장에서 2개월 만에 해고당하면서 들은 말이다. ‘나는 편집자 자질이 없나 봐.’ 이후 한동안 자기비하에 빠져 지냈다. 여섯 개 출판사를 다니며 싹싹하지 못하다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원치 않는 강요와 폭언, 무시로 회의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매일같이 상처 받고 흔들렸으면서도 어떻게 10년이 넘도록 편집자로 살고 있을까?
이지은 편집자는 《편집자의 마음》에서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 ‘항상 네 옆에 있지는 못하겠지만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는 선배가 되어주겠다’고 말해준 사수가 있었고, ‘당신과 함께 일하면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해주는 외주자가 있었다. 책은 편집자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다들 조금씩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서로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든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사한 순간들이 편집자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줬다.
저자는 한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위대한 편집자’가 되길 꿈꿨지만, 그게 허상이라는 걸 깨닫는다. ‘위대한 편집자’라는 환상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느라 회사로부터 차별과 불평등을 겪어도 반격할 힘을 잃게 된다. 또한, 내가 받은 상처만 신경 쓰느라 바로 옆에 있는 동료가 상처받는 건 미처 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위대한 편집자’가 되기보다는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책 뒤에 숨은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편집자로 계속 남길 꿈꾼다.
《편집자의 마음》은 베스트셀러를 기획하고 펴내는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보다 회사에서 나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한편,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상대를 존중하는 편집자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저자가 편집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이자, 동료 편집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다. 매일 품속에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위안과 응원의 메시지가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