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바라보는 방법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이란, 철학과 회화가 공유하고 있는 관점주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에서는 인식이 존재와 따로 분리되어 설명되지는 않는다. 세계는 그것을 바라보는 각자의 해석대로 존재한다. 하나의 풍경으로부터 일어나는 서로 다른 감흥은, 풍경 자체가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마다의 각자 다른 소유이기도 하다. 그것 자체로야 뭐 특별할 게 있겠나. 의미를 담고서 바라보는, 그 시선 끝에 맺히는 모든 것들이 특별할 뿐이다. 그런 개개의 관점을 소유하게끔 하는 저마다의 조건은, 어떤 시간의 결을 살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여 무엇을 보고 있는가는 당신이 무엇인가를 말해 주는 자기정체성의 단서이기도 하다.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이란 제목은 본디 민이언 작가가 따로 준비하고 있던 에세이 원고의 가제였다. 화가 서상익의 작품들과 함께하는 기획이다 보니 ‘철학’이란 키워드를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 ‘회화’와의 접점을 고려해 미리 당겨 쓴 경우이다. 작가의 블로그에 작품과 관련한 철학적 해석을 많이 적었을 정도로, 작가 개인의 욕망을 투영하는 화풍이기에, 서상익의 작업들로만 채워진 기획을 생각해 본 것이기도 하다. 화가의 시간들도 되돌아본다는 의미로, 한 권의 화보집 느낌으로, 되도록 많은 작품을 싣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