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예술 읽기
셰익스피어에서 고리키까지 바이런에서 김남주까지,
삶과 예술을 가로지르는 예술철학 기행
까다로운 철학을 쉽게 풀어내, 철학의 쓸모를 알리고 전파하는 데 힘쓰는 강대석 교수가 철학으로 예술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담긴 예술을 철학으로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려주는 예술철학 여행 에세이다.
책에는 미학을 가르치는 철학 교수와 대학생 네 명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철학과 예술은 무엇인지, 시대별 예술은 어떠한지를 정리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이들은 도시 곳곳에 세워진 예술 작품들과 만나,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목격한다. 돌아오는 횡단열차에서는 유물론과 사실주의 예술을 비롯해 여러 예술 사조에 관해 토론한다.
삶과 철학, 예술과 이데올로기를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작가와 작품에 담긴 의미를 진솔한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난해하게 얽혀버린 철학을 다시 정리해, 인간과 삶을 형상화한 예술 작품을 바로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철학으로 이어지는 여정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열차에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다룬다. 7박 8일 동안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이들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들의 대화는 곧 예술과 예술철학으로 이어져, 중세와 르네상스 예술, 프랑스 혁명과 계몽 예술, 순수와 참여 예술, 비합리주의와 낭만주의 예술에까지 이른다. 꼬박 7일 동안 이어진 대화 끝에 이들은 목적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다.
제2부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술 풍경을 주로 담았다. ‘북방의 베니스’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섬과 운하로 이루어진 이 도시의 여정은 그 이름에 얽힌 굴곡진 역사를 설명하며 시작된다. 이튿날부터는 본격적으로 박물관 탐사에 나선다. 제정 러시아 황제의 겨울 궁전으로 유명한 예르미타시 박물관, 푸시킨 박물관,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러시아 박물관으로 여정이 이어진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 기행의 마지막날, 등장인물들은 러시아의 철학과 예술을 정리하는 대화로 이 도시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제3부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는 횡단열차 안의 대화를 들려준다. 기나긴 여정 동안 예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유물론과 사실주의 예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곧 이들의 대화는 실증주의와 자연주의, 추상과 퇴폐 등 여러 예술 사조로 확장한다. 그리고 예술과 이데올로기의 의미를 깨닫고, 세계의 민중 문학과 김남주 시인을 비롯해 우리 민족의 예술에 대해 다시 짚어본다.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은이 강대석 교수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순수와 중립은 사회의 모순에 눈을 감고 스스로의 세계로 도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예술이 인간의 일인 한, 예술은 인간을 향해 있어야 한다. 인간을 향한 예술은 결코 사회의 모순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이 사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모름지기 예술 작품은 그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술은 아름다움과 의미 또한 잘 어우러져야 한다.
“문제를 외면하는 예술가는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올바른 예술가가 아니며 후대의 역사는 그런 예술가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누구를 위해 예술 활동을 했는가가 결국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는 예술성과 사상성이 잘 조화된 작품을 창작해야 하며 그러한 창작을 위해서 더 많이 시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