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싶다
삶을 고민하는 60세 남자의 일기
천천히 걸어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갔다. 세상은 아직 어둠에 갇혀 있는데, 몽유병 환자처럼 유령처럼 인적 없는 거리를 걸었다. 항상 다니는 거리인데도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공기 중의 작은 물방울들은 삶의 의미도 모른 채 헤매고 있는 내 인생처럼 정처 없이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고, 아쉬웠던 내 젊은 날의 수많은 잔상들은 달리는 차량 불빛을 따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1월 한 달간 삶을 돌아보며 쓴 60대 남자의 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새해가 밝고 명절이 다가온다. ‘나’는 아내와 아들이 미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로, 매년 추석과, 설 명절에는 미국에 가서 가족을 보러갔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떤 고민 때문에 가족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애초에 아내와 아들은 나를 별로 반기지 않았고, 다니던 은행도 곧 정년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 ‘나’는 작년 12월 어느 모임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 고뇌하고 있다. 나의 삶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