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아래 앉아서
화단에 물을 뿌린 다음, 발을 씻고 등나무 아래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여 문다. 하늘은 아득히 푸르고 아지랑이를 벗어버린 산들은 어딘지 먼 곳으로 생각을 손짓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가슴 꽃다발처럼 안고 소낙비보다 눈부시게 내리는 햇볕을 맞으며 어디라 자꾸 걷고만 싶은 풋풋한 아침, 햇순들 연연한 나무가지에 새들은 와서 노래하고, 함초롬히 이슬을 먹은 뜰에 꽃들은 다투어 피어, 마음은 한갓 아름다운 인정을 그리어 안타깝다.
잠깐 눈을 감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