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사카에서 죽다
남북전쟁이 한창인 전장 레사카, 북군의 브레일 중위는 훤칠한 외모와 비범한 용기를 지닌 쾌남아다. 특히 총탄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엄폐물이 없는 가장 위험한 곳만 골라다니는데,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완전군장으로 말을 탄 그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눈요기다. 유혈의 전장에서 화보를 찍는 이 남자, 처음보는 사람에겐 과시와 허세 가득한 관종이다. 반면에 전우들은 묘한 매력의 그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의 위험한 행동은 결국 심각한 인명 피해와 전력 손실을 가져오고 만다. 그리고 뜻밖에 밝혀지는 그의 비밀. 그것은 전쟁의 거대한 명분과 거리가 멀다. 이어서 또 한번의 반전.... 비어스답다.
〈책 속에서〉
우리 중에서 가장 훌륭한 군인은 두 명의 부관 중 한 명인 허먼 브레일 중위였다. 장군이 어디서 그를 차출해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하이오의 어느 연대지 싶다. 우리 중에서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없다. 같은 주는 물론이고 가까운 주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장군은 자신의 참모를 임명할 때 당파적 질시를 일으키지 않고 나아가 국가의 통합을 해치지 않는, 지극히 공평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심지어 참모를 지명할 때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고 소속이 다른 부대원들이 모여 있는 본부에서 일종의 뽑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가 군대에서 맡은 임무도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아무튼 이 쾌남아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브레일 중위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체격이 다부졌고, 담색 머리칼과 잿빛이 도는 눈을 지녔으며, 보통은 아주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재능을 겸비했다. 대부분의 장교들이 그리 화려하지 않은 복장에 만족하는 반면, 그는 평상시나 특히 전투 중에 완전 군장을 했는데, 이때 그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고 이채로웠다. 타인의 눈에 비친 그는 신사의 예절과 학자의 두뇌 그리고 사자의 심장을 지닌 인물이었다. 나이는 대략 서른 살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