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도시를 걷는 문장들

도시를 걷는 문장들

저자
강병융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일
2021-08-26
등록일
2022-01-2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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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도시를 닮은 책,
책을 닮은 도시

섬세하고 따뜻한, 그래서 더 낭만적인 소설가 강병융이
스물두 권의 책과 함께 떠난 유럽 도시 산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내가 갔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면,
내게 감동을 줬던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면 저자로서 더없이 행복할 테지만,
더 바라는 바는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여행법을 찾는 것이다.
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다.”

당신은 일상에서 어느 순간을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우리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최대치는 아마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다른 사람의 그 어떤 행복보다 나의 사소한 행복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점이다.

여기 유럽의 시골,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사는 한국인 소설가가 있다. 류블라냐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강병융, 그는 우리에게 소중한 나의 행복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장 사랑하는 책, 그 도시와 어울리는 책을 들고 유럽 도시를 여행했다. 유럽의 도시 이름과 같은 책일 수도 있고, 주제가 유사하거나 작가가 살던 도시일 수도 있으며, 책 내용에 언급된 도시일 수도 있고, ‘그 도시’ 하면 떠올리는 어떤 물건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체코의 프라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등 ‘유럽’ 하면 떠오르는 곳부터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 라트비아의 리가 등 낯선 유럽의 도시까지, 소설가 강병융은 20개국 22개 도시에서 22권의 책을 읽었다.

유럽의 곳곳을 느긋하게 방황하고 아무 골목에나 앉아 책을 읽고 치열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소중한 행복을 느끼던 소설가 강병융이, 이제 우리에게 소소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에 대해 살며시 속삭인다. 어쩌면 저자만의 유럽 산책이, 그의 독서가 우리에게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할지도 모를 일이니, 귀를 기울여 그의 목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쉽게 누리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것, 그것이 내 여행의 지향이다.
지금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참 여행지다.”

고전이 되어버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주목받는 신인 윤고은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앤디 위어의 《마션》,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지 않은 《캔디, 사랑과 중독의 이야기》, 조금은 특별한 동화책 《첫사랑》, 단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사하는 시인 김이듬의 《표류하는 흑발》까지···. 유럽의 동서남북을 발길 닿는 대로, 때론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때론 슬픈 마음이 가득한 채로, 때론 그저 어떤 도시를 상상하면서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그에게 와 닿은 문장들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가 걸었던 도시들과 꽤 닮아 있는 것은 우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느샌가, 볼 것들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라디오’ 같은 것이 꽤 그리워지는 요즘이라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1부 〈다뉴브의 물결처럼 잔잔했던〉 ‘라디오 같은 도시에서의 산책’ 중에서

1부 〈다뉴브의 물결처럼 잔잔했던〉에서는 유럽의 가운데에서 만난 도시와 책을 소개한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라티슬라바라에서는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를, 그와 반대로 사람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관광객이 사랑하는 도시 프라하와 비엔나에서는 영원한 고전인 《변신》과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유령의 시간》을,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고은 시인을 슬로베니아 프투이에서 만나게 된 경위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저자는 티브이보다는 라디오와 같은 도시에서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도시, 유럽 사람들도 잘 모르는 브라티슬라바라는 도시를 한 번 상상해보라고 권한다. 그 도시는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해서 우리에게 라디오처럼 다가오는 도시이니 말이다. 저자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언어로 도시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어제 들어도, 오늘 들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이야기하는 라디오와 같은 에세이를 우리도 읽고 싶게 된다.

2부 〈어두울 것 같지만 더 밝은〉에서는 유럽의 동쪽에서 읽은 책들을 소개한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폴란드의 포즈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에서 읽은 책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친근한 마스다 미리의 책부터 낯선 작가의 책까지, 독서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저자 강병융은 꽤 긴 시간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일상이 아닌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특별한 행복’이 있어야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지켜진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의 일상이 밝아지려면 때때로 일상 밖의 어떤 특별함을 만나야 비로소 우리의 우울함이 걷힐 수 있다는 소소한 진리를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읽으며 깨닫는다.

“만약 일상에서 ‘뭉클’이 사라지고 있다면, 당신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충고하고 싶다.”
-2부 〈어두울 것 같지만 더 밝은〉 ‘뭉클함이 뜸하던 차에’ 중에서

3부 〈높고 넓고 깊고 복잡한〉에서는 유럽의 서쪽에서 읽은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 소설, 에세이 그리고 시집을 소개한다. 저자는 유럽의 서쪽 이탈리아의 우디네에서 열리는 ‘극동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을 소개한다. 유럽에서는 한국 영화를 자주 볼 수 없어 1년에 한 번씩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우디네로 간다. 그 길에 저자는 한 권이 에세이와 동행했는데, 그 책은 바로 백민석의 미술 에세이 《리플릿》이다. 그림과 영화를 묘하고 아름답게 섞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전해준다. 삶이 너무 지독해서 예술이 그 지독한 삶을 아름답게 그릴 수 없는 지금 같은 시대에, 결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는 예술 속에서 우리가 느껴야 하는 건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난 예술도, 영화도 꼭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를 앓는 예술도 있고, 아름다움이 덜한 예술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현실을 앓던 우리를 영화가 위로해줬던 것처럼, 영화를 만들면서 앓았던 사람들을 우리가 위로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부 〈높고 넓고 깊고 복잡한〉 ‘영화제 with 리플릿’ 중에서

4부 〈상상보다 따사로운, 상상보다 황홀한〉에서는 조금은 특별하고 슬픈 경험을 한 유럽의 남쪽 이야기다. 우리가 상상하는 목가적이며 여유가 있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그런 유럽이 아닌, 유럽이지만 조금은 낯선 남쪽의 유럽을 걸었고 그곳에서 저자는 꽤 슬퍼했다. 유머가 가득할 줄 알았던 페루 리마에서는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이 보였고, 물도 전기도 부족했으며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는 현실을 보며 절망한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소설에서 그저 상상만 해보았던 ‘알약’들의 정체를 마주하고 한동안 멍해지기도 한다. 상상만 할 때는 너무나 궁금하지만, 막상 그 실체를 마주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이 찾아온다.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올 때, 그 감정을 무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5부 〈차가워서 청명한, 청명해서 뒤돌아보게 되는〉은 추운 북쪽 유럽의 이야기다. 3월이 되어도 바람이 너무나 매서운 곳, 얇은 재킷을 입은 탓에 자신도 모르게 그 재킷을 자꾸만 여미게 되는 북쪽의 그곳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운명을 거스른 어떤 이의 이야기가 있는 덴마크, 우울한 개성이 강한 라트비아의 리가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독서를 소개한다.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만 전하지 않는다. 때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소설이 가진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남자가 여자가 되어야만 하는 슬픈 운명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그러나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도 있고, 자고 일어나니 멀쩡했던 코가 없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코가 시큰거리는 이야기들을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읽고 저자는 또다시 걸었다.

책을 읽는 행위, 무언가를 읽고 또 여행하는 일 자체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행복이지만 누군가에게 독서는 꽤 낯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작은 시골에 사는 소설가 강병융이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과 이미지만으로도 황홀한 유럽의 도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당신도 그가 걸었던 골목을 유유자적 거닐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광장에서 혹은 골목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낯선 언어들이 난무하는 낯선 유럽의 도시에서 그가 소개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듣는 일, 그것은 어쩌면 당신도 생각하지 못한, 당신이 처음 느끼는 낯선 힐링이 될지도. 저자 강병융이 안내하는 신비로운 도시와 독서 지도를 따라 당신도 소박한 일탈의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한 도시의 산책과 독서가 끝나갈 즈음 마주하게 되는 책의 ‘한 문장’과 도시의 ‘한 장소’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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