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풍경
밤샘 근무로 피곤에 쩔어 퇴근길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던 태윤, 러시아워의 서울 한복판에서 아내 유진을 우연히 발견한다. 어제 아침 친구들과 제주여행을 간다며 집을 나섰던 그녀가 지금, 왜 여기 있는 것인지 태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아내의 은밀한 사생활을 추적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어디에나 어디에도〉의 변주 작품.
〈본문 중에서〉
-문 앞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내 아내가 그 안에 들어 있다는 작은 신호라도 포착하길 바라면서.
-표정 없는 그 얼굴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눈빛이 어느 순간 섬뜩해져 이제 그만 그녀를 밖으로 쫓아버리고 싶다.
-20년을 넘게 알아 왔고 13년을 함께 살아왔어도 자신은 아내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