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호텔을 떠나게 된 사연
기발하거나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깔끔한 유령 단편이다.
작품 속의 나는 군에서 전역한 후 호텔의 승강기 운전원으로 취직한다. 하는 일은 쉽고 임금은 괜찮은 꿀보직이라 일하는 것이 즐겁다. 장기 투숙객들의 생활 습관과 일상까지 파악하게 되면서 일은 더 수월해지는데, 1년 만에 이 좋은 직장을 떠나게 만든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고딕 소설이 종종 한참 뜸을 들이고 긴 호흡을 요구하는데 반해 이 작품은 장식적인 묘사나 군더더기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2000년 무렵부터 영어권 호러 앤솔로지에 자주 실리기 시작하면서 출간 당시보다 현대에 들어 더 많이 읽히는 작품 중에 하나가 됐다.
〈책 속에서〉
내가 승강기 운전원으로 일한 엠파이어 호텔은 베이컨처럼 붉은색과 흰색 벽돌로 이루어진 커다란 건물로, 배스 가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선행훈장을 받고 군복무를 마쳤는데, 이것이 바로 이 호텔에 일자리를 얻게 된 이유였다. 이 호텔은 규모가 큰 사업체였고, 이곳의 운영위원회는 전역 장교나 그 비슷한 부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운영위원이라고 받는 약간의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신사들 중에 내 직속상관이었다가 전역한 대령 한 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령은 그의 뜻을 거스르지만 않으면, 더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에게 일자리를 부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몰, 자네야말로 우리 호텔 승강기에서 일하면 제격이야. 군인들은 정중하면서도 조직적이거든. 선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니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전임자를 해고했으니, 자네가 그 자리를 맡으면 되겠군.”
나는 일자리와 임금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1년 정도 그곳에서 일했다. 아마 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곳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호텔의 승강기는 유압 승강기였다. 앵무새 새장 같은 모양으로, 이처럼 훌륭한 계단실을 흔들거리며 솟구치는 멋진 승강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안전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