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음
영어권 호러 앤솔로지에 자주 실리지만, 공포 요소는 거의 없다. 작품에 내포된 은유적 공포 또한 유령보다는 생전의 소통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죽은 후에도 유령이 한사코 이승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 이것은 공포보다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결혼 생활의 좌절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딸(작품에서는 아들) 이런 자식에게 냉담하고 무관심한 남편, 동네 주민과의 불화 등등 이 단편에는 작가 오스틴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투영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스틴이 유령을 통해서 재조정하고 바로잡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기적이고 비겁한 당신이 마음 속에 꼭꼭 감추어두려는 말, 그래도 들킬까봐 자존심과 위선으로 꾹꾹 뭉치고 다져서 단단해진 말. 자신에게 던져진 이 말에 상처받은 유령은 단단한 껍질 속 가장 안쪽에 있는 그 작고 야윈 말을 원하는 것 같다. 이를 테면 “내가 미안해, 당신 잘못이 아니야.” “내가 사는 이유,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야”... 유령이라고 해서 특별하고 대단한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책 속에서〉
에마 조슬린이 사흘 전에 죽어서 묻혔다. 장례식에 온 그녀의 언니가 에마의 아이들을 데려가서 집은 휑하니 비었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던 것처럼 에마가 돌아왔다. 그녀를 간호했던 이웃집 여자가 제일 먼저 그것을 알아차렸다.
저녁 7시, 서서히 땅거미가 질 때였다. 앞치마를 두른 이웃집 여자가 현관 계단에 앉아 있다가, 불현듯 에마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혀 무심코 거리로 나왔다. 조슬린 부인은 죽어서 땅에 묻혔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그녀는 이미 에마 조슬린의 집까지 거의 다 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건물 맞은편에 도착하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집은 여름의 대기를 향해 열려 있었다. 전보다 더 말끔해졌다는 것만 빼면, 거리의 다른 집들과 다르지 않았다. 꽤 어두웠다. 그러나 그 어둠에서 흘러나온 에마 조슬린, 그녀의 모습을 비추는 촛불이 하나 뿐은 아니었다. 그 형체가 슬그머니 정원을 지나 이웃집 여자 가까이 다가왔을 때, 축축한 목서초의 냄새가 풍겨왔다. 이웃집 여자는 자기가 진작부터 에마가 돌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아니라면 더 이상한 일이지.” 그녀를 간호했던 이웃집 여자는 생각했다. “뭐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에마 조슬린은 온갖 풍파를 겪다가 죽음을 맞았다. 그녀는 쓸쓸하고 지저분한 주변 환경과 심 조슬린의 어쩔 수 없는 속물근성 그리고 불구가 된 자식의 고통에 한결같이 굳세고 영민하고 유능하게 대처했으며 죽음도 그렇게 맞았다.
죽음에 묵묵히 맞선 그녀의 강한 정신력은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충격과 기묘한 경외감을 자아냈다. 그녀는 작고 야트막한 집에 누워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메마른 대지를 침범하는 모래처럼 그녀를 상대로 진행되는 추잡한 소송과 집 주위를 오가는 혐오스런 발소리를 감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