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 무렵이지만 바람은 제법 쌀쌀하다. 그 바람이 마을 장꾼들의 홑두루마기 자락 속까지 파고든다.
“세상의 인심이 참 살얼음판이야. 눈 없으면 코 베어먹을 세상이지……. 이렇게 지악만 해 가다가는 끝판이 어찌 될는고……?”
이른 저녁 거무스름한 형상들이 지껄댄다.
“끝판이? 끝도 나는 때가 있겠지……. 창이 나서 뚫어지거나 무슨 요정이 나겠지…….”
저자소개
조명희 (趙明熙)
(1894∼1938)
시인/소설가/극작가?
순회극단 동우회(同友會)에서 연극활동을 하였으며 직접 쓴 희곡 〈김영일(金英一)의 사(死)〉를 상연하기도 하였다.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Korea Artista Proleta Federacio)의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땅속으로》, 《낙동강》, 《이쁜이와 용이》 등의 작품을 남겼다.